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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지식의 용병 공자가 말하는 그 사람은 누굴까.

 

[용인신문] 언제부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이 민폐가 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③항은 이렇게 기록한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이것이 저 유명한 연좌제 불가조항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개명한 천지에 연좌제를 목숨처럼 끌어안고 사는 곳이 한 군데 있다. 기독교회다.

 

어느 집안 족보에도 올라와 있지도 않은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 이브의 죄가 그것이다. 물론 성서엔 그 남편의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스테반 집사가 돌 맞아 죽을 때 현장책임자요 마지막 목격자 사도바울은 이렇게 기록한다. 이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 이와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로마서 5:12 절의 기록이다.

 

단일문장으로 인간의 사망에 대해 이보다 더 적절한 문장 만나기 쉽지 않으리. 그야말로 명문 중의 명문이다. 유학의 비조 공자 또한 바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인물은 된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서 인류에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고 기뻐했으면 이제는 군자 되어라. 이것이 논어 학이편 첫 문장 32 字가 주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논어 학이편 끝문장인 16문장에서 <군자가 됐으면>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논어 마지막 편 요왈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바로 이문장에서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라고 논어 마지막권 마지막 줄에서까지 알고자 했던 그 사람은 누굴까. 공자의 말이라면 하늘처럼 여겼던 맹자도 이문장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500여 년쯤 지난 후 유대땅에 예수가 온다. 예수는 천국에 앞서 먼저 강조한 것이 있다. ‘人子가 온 것은’에서 ‘人子’가 그것이다. 500년 전의 공자는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했고, 500년 후의 예수는 자신을 가리켜 늘 사람이라 강조하기 쉬운 죄를 범치 않는다. 500년의 시차를 빼고 공자와 예수의 말속에는 공자 왈 예수가라사대로 통하는 범부가 모르는 진리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공자를 읽고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 대한 더 이상 악마가 되지 않겠다는 약속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