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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뒷골목에 자리잡은 ‘생존의 공간’ 담아내

이강산, 사진집 ‘여인숙’ 출간기념회·전시회

 

 

철거재개발 ‘집’과 무명의 장인 ‘명장名匠’ 이어

세번째 휴먼다큐 프로젝트… 여인숙서 삶 탐구

 

[용인신문] 시인, 소설가이자 다큐 사진작가인 이강산씨가 개발로 사라져가고 있는 여인숙을 흑백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전과 사진집 '여인숙'(눈빛)출간 기념회를 서울과 대전에서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지난 31일까지 서울 종로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 ‘여인숙’ 전은 이강산의 여섯 번째 휴먼다큐흑백사진전으로 사라져가는 전통의 여인숙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강산은 오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사진전 및 북콘서트(20일 오후 4시)를 대전 계룡문고에서 연이어 개최한다.

 

이 작가는 20여년 전 세 가지 휴먼다큐 프로젝트를 설정했다. 철거재개발을 기록하는 ‘집’과 무명의 장인을 모시는 ‘명장名匠’, 그리고 뒷골목 생존의 거처인 ‘여인숙’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흑백필름에 담은 철거 다큐와 명장 기록은 10년 이상의 작업을 마치고 다섯 차례의 전시와 사진집 발간으로 일단락을 지었고 현재는 후속 작업을 지속하는 중이다.

 

그 세 번째 휴먼다큐 ‘여인숙’이 이번에 세상에 나왔다.

 

이 작가가 휴먼다큐에 담은 대상은 문명과 인간의 이기에 내몰리는 철거재개발 현장과 전통 장터와 여인숙 뒷골목 등 대개 세상이 등을 돌렸거나 선택적으로 외면당한 시공간이다.

 

이 작가는 자신이 이같은 대상에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탐색할 수밖에 없는 것을 본능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다큐사진가는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면서 “다큐 사진의 가치는 그 진실의 눈을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가와 진정성을 지닐 수 있는가에 따라서 깊이와 폭이 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여인숙이 세상에 나온 것은 지난 2007년 포항 구룡포의 매월여인숙을 흑백 필름에 처음 담은 지 14년만이다. 이 작가는 “그동안 여인숙의 형태와 여인숙 사람도 바뀌었다”며 “여인숙은 처연할 만큼 낡고 어두워졌거나 파괴와 건설로 몰라보게 둔갑했다. 오래전 숙박업과 매춘으로 경기가 좋던 시절, 꺼질 줄 모르던 홍등 불빛과 흥청거리던 사람들의 소음이 종적을 감췄으나 여인숙은 오늘까지 여인숙으로 오롯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집에 실린 여인숙은 모두 전통 여인숙이다. 여인숙 간판을 뗀 월세방-달방이나 쪽방촌도 일부 포함돼 있으나 관광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변형된 여인숙은 제외했다. 여인숙들은 대부분 이미 철거되었거나 철거 예정지로서 머지않아 사라질 낙후된 건축물이다.

 

이 작가는 특히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목해 여인숙 실내외 풍경보다 여인숙을 생존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했다. 그래서 이 작가는 틈틈이 여인숙에 달방을 얻어 생활했다. 여인숙 사람들을 필름에 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작가는 특별히 대덕여인숙에서 1년을 보냈다. 냉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0.8평(2.64㎡)짜리 독방에서 4계절을 견디면서 세상이 외면한 최하층민 달방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는 “삶이 극한에 이를수록 극명해진다는 진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 진실은 생존을 위한 처연한 사투이면서 동시에 공존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이기도 하다”며 “이번 사진집 ‘여인숙’이 그 진실에 대한 가치 있는 증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진집은 흑백과 컬러가 병행돼 있다. 이 작가는 “여인숙은 낮고 어둡고 좁고 춥고 무더운 생존의 시공간이자 남루하면서도 화려한 원색의 불빛과 생명이 공존하는 역설적 현실의 숙명과도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했다.

 

1, 2부로 나누어 아날로그 흑백 필름사진과 디지털 걸러 사진으로 변별했다.

 

이강산 작가는 한국작가회의, 은빛다큐멘터리 회원이며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중이다. 갤러리 포토 클래스 흑백사진 과정 및 포토 클리닉 아카데미를 수료했고 현재 갤러리 포토 클래스에서 흑백사진 작업 중이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작품집으로는 휴먼다큐흑백사진집 ‘집-지상의 방 한 칸’, 흑백명상사진시집 ‘섬, 육지의’, 시집 ‘하모니카를 찾아서’ ‘모항母港’ ‘물속의 발자국’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장편소설 ‘나비의 방’ 소설집 ‘황금비늘’ ‘아버지의 초상肖像’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