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이사 왔다. 서울에서 용인으로. 14년만의 복귀다. 이곳에 부모와 누나들, 매형과 조카들이 오래 살았다. 대학 시절 용인은 안개가 잦았다. 텁텁한 안개. 술 깬 날보다 깨지 않은 날이 많았다. 용인에 살지만 서울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중심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날마다 상경하고 싶었다. 돌아오지 않은 날들이 잦아지다 서울에 눌러앉았다. 서울은 용인보다 10배 더 사람이 많았다. 10배 더 경쟁해야 했다. 멈춰서면 뒷걸음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번잡한 사람이 됐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다 깼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때였다. 문득, 둘러보니 먼 곳에서 부모는 늙어 있었다. 캄캄한 어둠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방역당국에서는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라고 강조했다. 내게는 가능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모에게 기울이지 못한 관심을 벌충하려면 옷깃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그래서 이사 왔다. 용인, 안개는 걷혔을까. 이사 온지 일주 일만에 함박눈이 내렸다. 여섯 살 딸아이를 깨워 눈장난을 쳤다. 썰매도 타볼까.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둘씩 나와 관리소장들과 더불어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딸아이와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다. 주
인건비가 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 육박… 연간 100억 원 수준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극소수… 대부분 행정직·기능직이 차지 [용인신문] 연간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용인문화재단. 직원 140여 명의 인건비와 사업비다. 용인시 산하기관으로 거대 조직인 용인문화재단. 이제 재단 출범 10년 차로 접어드는 문화재단의 역할과 정체성 문제에 대해 긴급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최근 용인시와 지역문화예술계, 그리고 용인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전문기관이라기보다는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현재 문화재단 소속 직원들의 인건비는 문화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인 연간 100억 원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행정직과 기능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인력보다는 계약직으로 시작한 정규직으로 인건비 비중만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문제는 현행 노동법상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문화재단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조직 및 경영진단을 통한 뼈를 깍는 고통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용인신문]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문화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용인시는 왜 ‘문화도시’ 사업에 공모조차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까지도 용인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공모사업이 필요 없을 만큼 문화인프라가 충분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기에 씁쓸한 마음으로 전국의 문화도시 추진과정을 알아봤다. ‘문화도시’ 사업은 지자체 스스로 문화 환경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문체부가 포괄적 예산을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2018년도에 발표됐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도시별 특성에 따라 최대 100억 원과 문체부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12월, 1차로 지정된 문화도시로는 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 등 7곳이다. 또 2차는 12곳 중 예비사업 추진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천 부평구, 강원 춘천시, 강릉시, 전북 완주군, 경남 김해시 등 5곳이 지정됐다. 3차는 역사 전통, 예술, 문화산업, 사회문화, 지역 자율 등 지정 분야를 선택해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 결과, 무려 전국에서
강릉 순두부 맛집을 용인서 만나다 [용인신문]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순두부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까지 모두 만족시키지요. 이번엔 용인에 맛 좋은 순두부집이 있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강릉 맛집으로 아주 유명한 ‘동화가든’입니다. 용인 ‘동화가든’은 강릉 본점 직영점으로 신갈동에 위치해 있다가 작년 기흥구청 앞으로 이전한 새로운 곳이 위치도 좋고 깔끔해서 훨씬 마음에 들더라구요. 메뉴는 예전 그대로에 굴 순두부만 추가되었는데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일 유명한 짬뽕 순두부는 적당히 얼큰한 짬뽕에 면 대신 순두부가 들어있는데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도 아주 그만입니다. 개인적으로 면을 좋아해서 쫄면이나 우동사리 추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네요. 특허 받았다는 청국장은 무난했는데 밥을 비벼 먹을 수 있게 그릇에 참기름과 김가루가 함께 나와서 강된장 비빔밥처럼 청국장을 적당량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밥 한 공기 추가를 안 할 수가 없었답니다. 신메뉴 굴 순두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새하얀 순두부가 굴 덕분에 시원한 맛까지 더해져 최애 메뉴로 갈 때마다 시켜 먹을 것 같아요. 그 외에 꼬막 비빔밥도
[용인신문] 노자의 도덕경은 인생구단의 노회한 역사가가 도망(?)이라는 절체절명 적 시점에서 철학적 시각을 빌어 극도의 정제된 어조語調를 운문韻文으로 끌어와 경책과 상징의 경구로 써내려 간 서사이다. 노자의 무위無爲와 한비자의 법치法治는 동전에 붙은 양면으로 노자의 무위에는 반드시 한비자의 법치가 요구된다. 한비자는 전국戰國칠웅七雄시대에 가장 작은 한韓나라의 왕손이지만 서자이며, 지독한 말더듬이로 제나라에 유학하여 조나라 철인 순자에게서 사사했다. 또한 진나라 개인 사설 감옥에서 동문의 벗 이사로부터 절명한 꽤나 문제의 인물이다. 그의 죽음을 재촉하는 데는 자신의 글들이 한몫했다. 10만여 자로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훗날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인 한퇴지에 의해 한비자라 불렸고, 이 책은 삼국지 배송지주에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으며 어리석기 그지없는 후주 유선에게 읽기를 권했다는 것으로 이후 유선은 40년간이나 촉나라를 수성했다는 일화가 붙은 책이기도 하다. 반면 조선왕조 오백 년사를 지켜온 것은 한비자의 법가가 아니라 성리학이다. 그 기본도서 또한 인성론의 중심이 되는 대학, 맹자, 논어, 중용, 사서에서 출발하며 어린이 인성 교과서로는 유자징의 소학으로 시작해
고독을 낚다 박이도 언제부터였는지 등에 들메어진 괴나리봇짐이 버거웠구나 차면 비우고 또 차면 비워내며 달려온 한 세월 무엇을 그리 많이 짊어졌는지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다 오늘은 다 내려놓고, 고독의 정체를 명상하자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초에 붙어 꼼짝 않는 잠자리도 보인다 첨벙 뛰어드는 개구리 한바탕 저들의 합창이 시작되려나 살랑대는 미풍이 내 귓가를 맴도는구나. 박이도는 1938년 평북 선천에서 태어나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에는 비의가 없다. 상징이나 알레고리나 은유도 보이지 않는다. 일상어로 쉽게 읽히는 시를 써왔다. 그것도 60여 년을 한결 같은 작업을 해온 것이다. 「고독을 낚다」 또한 잘 읽히고 이해하기 어려움이 없는 시다. 그가 등에 짊어지고 살아왔던 세월의 무게를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란 속에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는 과정의 신산함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 8순에 이른 그가 그 등짐을 다 벗어버리고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것이다. 그 풍경만으로 사는 일이 족하다. 그는 지금 행복한 고독을 낚고 있는 것이다. 물가에 등장하는 잠자리나
[용인신문]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이후 가장 중요한 방역의 핵심 세 가지로는 마스크 쓰기, 서로 서로 거리두기, 손 잘 씻기 등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3가지 핵심 방역 수칙처럼 성경은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3가지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첫 번째는 ‘염려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걱정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한다고 우리의 삶이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니 젤린스키는 그의 책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인간의 염려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통계를 적고 있다. “우리 인간이 갖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아주 사소한 고민이다. 나머지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며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라고. 결국 한마디로 걱정이라는 것은 100%가 쓸데없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생활의 염려가 우리 마음을 둔하게 한다고 말씀
[용인신문] 1991년 2월 15일. 딱 삼십 년 전, 그날은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진천행 버스를 타고 무려 네 시간도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이 용인군 내사면(현재 양지면) 양지리. 그날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따라 내 인생의 첫 직장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물론 약속 시간보다 한참은 늦은 시간이었다. 첫 직장인 학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선생님들은 모두 퇴근한 뒤였다. 그날 밤 벌판을 가로지르는 칼바람을 피해 시골 중학교 숙직실에서 불편한 잠을 아주 달콤하게 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이리 오래도록 용인과 인연을 맺을 것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용인과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행여 놓칠세라 더 꽉 움켜쥐고 있었는지도 모르리라. 이십 대의 청춘이 오십 대의 중년으로 멋지게 익어갈 수 있었던 터전이 바로 용인이었으니 말이다. 용인에 정착한 후 한 십 년쯤 지났을까. 시인이 되고 싶다던 청춘의 꿈이 점점 식어갈 때쯤 용인은 무심한 척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용인문학회와의 이십 년 동고동락. 그
때려 부수는 획일적 재개발 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새롭게 변신 마을 정체성 살리는 똑똑한 개발 [용인신문] 현재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일원 제8구역 재개발사업지역에서는 건축물 철거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07년 만들어진 ‘2020 도시주거환경정비주택’ 기본계획에 반영된 8곳 중 하나다. 당초 대상지는 처인구 4개동 일원으로 총 23만 9351㎡의 2500여 세대였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하락과 지가상승 등 사업성이 저하되고 ‘민민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제8구역외엔 사실상 모두 해제됐다. 게다가 용인시청 일원 역삼지구 개발이 10년 이상 미뤄 지면서 용인의 원(구)도심 주택지는 노후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처인 4개동 일원 원도심 지역의 재개발 희망은 이제 물거품이 된 것인가? 주택재개발을 주도해온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 공급과잉 현상과 부동산시장 눈치를 보면서 공시지가가 높은 구도심의 주택재개발사업을 꺼리고 있다. 사업부지 매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계약을 했다가도 쉽게 포기한다. 설사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빨라야 15년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정책 중 재개발문제
[용인신문]
[용인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토부에 집값 안정을 주문하면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이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40~50년이 지나면서 도시 노후화 현상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뉴시티를 비롯한 아파트 재개발사업이 뜨거운 감자가 된지도 오래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의 사회문제화로 갈등 양상도 심각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어원은 상류사회 계층인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되었다. 1964년 영국에서 특정 도시를 고급스럽게 변화시키는 젠트리파이(gentrify)과정에서 발생한 주거지의 고급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재생 과정에서 도시의 원주민들이 내몰리고 중산층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부정적인 말로 변용되어 쓰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노후한 도시를 물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까지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제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도시의 활력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기존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부작용이 속출, 도시재생사업이 기존
무엇을 심어도 되겠지 심을 수 있는 마당 새로운 날씨가 된다면 새로운 곤충이 온다면 심을 수 있는 마당 돋아나는 나물을 심고 그 나물 속으로 내 발자국과 현기증이 들어간다 심을 수 있는 마당 내 방을 심고 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쳤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태운은 198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시인의 말에서 “시작, 하면 다들 흩어질 것이다/ 그래 흩어져서 각자 시를 써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무슨 일이었을까/ 그건 어떤 일이었는지/ 문득 의아해지고/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 흘러가고 있었을까/ 어떤 풍경이// 거기서 다시 시작해보려고”라고 쓰고 있다. 흩어져서 각자 시를 쓸 것이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마음이 흘러가는 것인지 의아해지지만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게 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시 쓰기의 지난함이 엿보이는 문장이다. 「심을 수 있는 마당」은 심리적 공간이다. 날씨도 심고 곤충도 심을 수 있는 마당이니 그 심리적 공간에 나물이 돋아나면 발자국과 현기증이 나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공간에 화자의 방도 심고 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