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임신이라는 건 참 이상한 세계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음식이 갑자기 마음에 콕 박히고, TV에서 스쳐 지나간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서 수십 번씩 재생되며 “저거… 나 지금 먹어야 할 것 같은데?”라는 묘한 생각이 든다. 어떤 임신부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갑자기 떠오르고, 어떤 임신부는 카페에서 흘렀던 시나몬 향이 갑자기 너무 그리워져 남편을 끌고 나가기도 한다. 임신이 시작되면 몸은 더 이상 ‘엄마 중심’이 아니다. 엄마 허락도 없이 슬그머니 ‘아기 위주 시스템’으로 넘어간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코와 혀다. 후각도 미각도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지고, 사소한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이 감각들이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취향’을 무시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몸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미안한데 지금은 네 입맛보다 아기가 더 중요해”라고. 그래서 평생 싫어하던 음식을 갑자기 잘 먹게 되고, 먹어보지도 않은 음식이 이상하게 끌리기도 한다. 여기에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사람의 뇌는 실제로 먹어보지 않아도 ‘맛 이미지’를 저장해둔다. TV에서 본 음식 장면, 친구가 맛있게 먹던 모습, 길을 지나며 맡았던
용인신문 |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요즘은 더하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고, 연애는 피곤한 감정노동으로 여겨지며, 출산은 ‘권장’이 아니라 ‘부담’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남성 난임·불임을 전공한 필자의 병원에는 오늘도 정자를 찾으러 온 남성(폐쇄성&비폐쇄성무정자증)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표정과 대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왜 진즉 생식기능에 문제가 생길 걸 몰랐을까요?” 고환에서 정자 생산이 제대로 안 된다거나(비폐쇄성무정자증), 정자는 만들어지는데 정자가 배출이 안 된다거나(폐쇄성무정자증), 정자 수가 너무 적다거나(희소정자증) 등을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면 빨리 치료하거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을 터인데, 모르고 지낸 시간이 문제를 키운 셈이다. 간혹 ‘나는 평생 자식을 안 낳을 거다’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남성들도 있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선배의 입장에서 조용히 알려주고 싶은 진실이 있다.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마음이 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다. 우리는 밥맛도 하루가 다르고, 가고 싶은 여행지도 그해 그해 달라지는데, 하물며 인생 최대의 선택인 출산에 관한 마음이 영원히 그대
용인신문 | 12.3 내란이 일어난 지 어느덧 1주년이 되었다. 2025년 12월 3일 윤석열 내란 1주년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은 길고도 길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벌어진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5200만 국민을 상대로 선언했다. 그로부터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탄핵 소추되고 2025년 4월 4일 헌재에서 파면되기까지 국민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6월 3일 실시된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어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내란 극복을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3대 특검을 실시했고 윤석열 내란 수괴는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 내란과 함께 외환유치죄도 수사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은 평양에 무려 18차례나 무인기를 보내 전쟁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내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북한을 자극하여 전쟁을 유도하려고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백번을 양보한다 해도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민을 전쟁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으
용인신문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행정부 제2기 글로벌 외교·군사전략을 발표했다. 트럼프 2기의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방어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몬로가 1823년 발표한 몬로 선언의 원칙을 따르고 있어 제2의 몬로선언으로 불린다. 33쪽 분량의 NSS는 여러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핵심은 ‘앞으로 미국은 NATO 안보를 책임지지 않고 서반구(아메리카대륙) 방어에 중점을 두겠다’라는 것이다. NSS는 ‘제1도련선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형식적인 것이고 핵심은 중국에 대한 전략의 변화다. 전임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는 규칙기반질서라는 개념으로 가치동맹으로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을 상수에 놓았었다. 바이든의 중국봉쇄전략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미·일·한 3각 동맹 구축을 외교·안보의 기조로 삼고 중국과 러시아를 배척하는 외교정책을 펼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이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 1기 행정부 NSS에서는 북한을 17번이나
용인신문 | 교실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아이들과 선생님이 속한 집단의 역사가 함께 한다. 교육은 사적인 역사가 공적인 집단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만남 덕분에 따뜻하고 행복한 미래에 문이 열리고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느 교사가 있던 교실에서는 ‘흔들리는 삶’이 있다. 저자는 이를 ‘멜랑꼴리아’라 표현한다. 슬프고, 우울하고, 답답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낯선 이 단어만큼이나 교사가 목격한 아이들도 그렇다. 매를 맞고, 칭찬 간식도 주머니에 넣어가야 하는 아이. 겨울에 외투가 없는 아이. 어느 꼭지를 봐도 먹먹한 사실이며 우리 사회의 그늘이며 불평등이 현장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에피소드 속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한 말들은 기억에 남아 시간이 지날수록 망각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로 남아 아물지 않을 때도 있다. 아이들의 마음 속 상처들은 자신과 타인을 흔드는 행동과 말로 발현되고 종국에는 교실을 떠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같은 상흔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사가 해야 할 일, 가정이 해야 할 일, 더 나아가 그 누군가가 나서야 할 일에 대해 말한다. 이같은 저술은 큰 사랑이 있기에 가능하다. 검붉은 상
내 눈은 손가락 끝에 있어서 오정환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바느질 할 때 실을 끼우려면 특별한 바늘귀(를 쓴다) 위에서 실을 끼는 바늘을 쓴다 바늘 끼우는 일은 외출하는 것보다 힘들어서 한겨울 때 길게길게, 한팔하고 두팔 (만큼) 다 돌아가도록 늘려 잡는다. 길게 꿴 바늘로 아기들을 위해 매너수건을 만든다. 아이들이 말은 못하지만 정성들여 사랑으로 만든 건 다 안다. 내 자신이 너무 감동이나 조금 느리더라도 못하는 건 없다. 오정환 시각장애(1급) 2023년 개인시집 출간(5인 5색 사업)
용인신문 |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을 투자한다는 거시적 청사진이 발표된 가운데, 처인구 원삼면 건설 현장은 당장 내년부터 닥쳐올 인력 수용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현재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4개의 팹(Fab) 중 첫 번째 팹의 절반만 착공해 공사 중이다. 공사가 본격화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하루 최대 1만 4000여 명의 건설 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용인시와 SK 측 추산에 따르면, 출퇴근 인원을 제외하고도 약 6000실(2인 1실 포함)의 기숙사 및 숙소가 요구된다. 문제는 용인시가 파악한 공급 통계와 현장 실태가 판이하다는 점이다. 시에 따르면 2025년 현재까지 준공된 숙소는 1851실이며, 건축허가를 받은 물량은 5847실에 달한다. 수치상으로는 필요 물량인 6000실을 충족, 오히려 공급 과잉 우려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본지의 취재 확인 결과, 건축 허가를 득한 5847실 중 상당수는 착공조차 못했다. 이유는 정부의 고금리 기조와 금융권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경색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하반기에 대규모 인력이 유입될 경우 숙소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다.
용인신문 | 밥 없이도 여행할 수 있다며 큰소리를 떵떵 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쌀을 먹고 싶다. 몸에 밴 습관이 무섭다. 쌀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던 어른들의 말이 몸에서 느껴진다. 밥이 최고야. 익숙한 맛을 찾게 된다. 일본에서 지낸 집에서 매일 요리를 했다. 즐겨 하는 요리는 볶음고추장과 미역국. 좋은 조합이다. 기름을 두른 팬에 작게 썬 양파와 마늘, 야채들을 볶다가 고추장과 된장을 일대일 비율로 넣는다. 색이 변할 때까지 약한불 위에서 천천히 젓는다. 이후에 셋으로 나눠서 빻은 견과류/코코넛/깨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참기름으로 마무리. 미역국도 미역만 가지고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여행 중 한식을 해 먹고 싶다면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깨는 필수!
용인신문 | 구리시 주최, ‘제2회 방정환 어린이문학 축제’ 일환 한국 아동문학의 거목 소파 방정환과 사계 이재철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문학 축제의 장이 구리시에서 펼쳐졌다. (재)구리문화재단(대표이사 진화자)과 아동문학평론(발행인 김용희)은 지난 30일 오후 3시 구리아트홀 유채꽃소극장에서 ‘제35회 방정환문학상’ 및 ‘제14회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시상식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구리시가 주최하는 ‘제2회 방정환 어린이문학 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현장에는 원로 아동문학가 신현득 선생을 비롯해 백경현 구리시장, 신동화 구리시의회 의장, 진화자 구리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내빈과 문인,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올해 제35회 방정환문학상의 영예는 박정식 시인과 장경선 작가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은 박정식 시인의 동시집 『바람도 키가 큰다』(아침마중, 2025)와 장경선 작가의 장편 소년소설 『폴란드의 비밀 양육원』(다른, 2024)이다. 심사는 신현득, 송재찬, 원유순, 전병호, 최명란 위원이 맡았다. 제14회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은 이도환 평론가가 수상했다. 수상작은 평론 「그 사이에 동시가 있다」이며, 김용희,
29일 정기총회서 심행진 회장 이임, 목성수 회장 취임 장학사업 등 지역 인재 육성 성과 공유…새 출발 다짐 [용인신문] ㅣ 경기도민회 산하 용인시민회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용인 처인구 소재 진주옥에서 ‘2025년도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신선철 전 경기일보 회장, 신현태 경기도민회 상임부회장, 주상봉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중앙회장, 김상수·남홍숙·박명민 용인시의원 등 내빈과 회원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총회는 심행진 회장의 이임과 목성수 신임 회장의 취임을 알리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심행진 이임 회장은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고령의 나이에도 용인시민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능력과 덕망을 갖춘 목성수 신임 회장이 시민회를 이끌게 되어 든든하다. 앞으로도 회원 배가 운동 등을 통해 경기도 내 위상에 걸맞은 용인시민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취임한 목성수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용인의 발전상을 강조하며 회원들의 화합을 호소했다. 목 회장은 “과거 농사지을 땅조차 부족했던 용인이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기업이 둥지를
용인신문 | 찰스 디킨즈의 작품 『어려운 시절』은 1850년부터 1859년까지 잡지 《매일 쓰는 말들》에 매주 연재하던 소설이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찰스 디킨즈는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사회개혁을 촉구하기도 한 인물이다. 『어려운 시절』은 영국이 증기기관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의 수혜를 받던 시기 권력자들의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원까지 된 토머스 그래드그라인드는 자신을 “현실적인 인간. 사실과 계산의 인간. 둘 더하기 둘은 넷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이며, 넷 이외의 다른 숫자를 생각하도록 설득될 수 없는 인간”이라 소개하며 자신의 자녀 루이자와 톰에게 “상상”은 쓸데없는 것이라 가르친다. 결국 딸 루이자는 자본가 바운더비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아들 톰은 건달이 된다. 루이자와 결혼한 바운더비는 항상 자수성가했다며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그의 성공 이면에는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허위는 그가 가문의 유며세라는 덕을 보려고 데리고 있던 스파짓 부인에 의해 무너진다. 이들의 변화에 관여하고 있는 씨씨, 슬랙브릿지, 스티븐, 레이첼의 행보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걱정 상자 박수현 우리 엄마는 늦게까지 딴 것 하면 쓸데없는 짓이라고 잔소리 하신다 문을 잠궜는데도 혼자 있을 (때) 누가 들어올까봐 걱정된다 이런 걱정들을 나는 걱정 상자에 다 담을 것이다 그 상자를 열기구에 넣어 하늘로 보낼 것이다 훨~훨~ 지적장애(중증) 2023년 개인시집 출간(5인 5색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