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늘
김기택
말할 때마다 따끔따끔하다
밥알이 구를 때마다 혀가 찔린다
물렁물렁하고 뭉툭한 혓바닥에 찔린다
아이스크림을 핥던 촉촉한 탄력에 찔린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뒤지고 입안을 더듬고
혀가 만들어낸 말들을 다 뒤져도
바늘은 찾을 수 없고
말랑말랑한 것밖에는 없어서
찌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린다
찔리기도 전에 찔린다
찔리는지 모르고 있다가 느닷없이 소스라친다
김기택은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기택은 주로 사물시를 써 왔기 때문에 사물주의자로 불린다.
「혓바늘」은 그의 사물시 중의 하나다. 혀에 돋은 돌기로 음식이 닿으면 통증이 오는 병증이다. 말할 때마다 따끔거리고 밥알이 닿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혓바늘에서 바늘을 유추해낸 것이 이 시의 비의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다 뒤져도 바늘은 없고 혀가 만들어낸 말을 다 뒤져도 바늘은 없다. 그리하여 지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리는 게 혓바늘이다. 문지 간 『낫이라는 칼』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