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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유전 ‘대왕고래’… ‘액트지오’ 불신 자초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1901년에 폴 쁘레상과 안톤 쁘레상 형제가 서울에 왔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조선관’을 보고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땔감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쁘레상 형제가 선택한 방법은 ‘공짜 커피’ 제공이었다. 육조거리(광화문) 근처에 있다가 무악재를 넘어오는 나무장수들에게 커피 한 잔씩을 주면서 거래를 시작했다. 커피 맛에 중독된 나무장수들은 쁘레상 형제들에게만 나무를 팔았다.

 

10여 년 만에 서울 땔감의 반 정도를 독점한 그들은 1920년대부터는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직수입했다고 선전한 화장품은 돈 많은 부인들과 기생들이 주고객이었다. 대륙침략을 본격화한 일본이 유럽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자 비밀공장을 차려놓고 ‘쎄봉’이라는 화장품을 만들어 팔았다. ‘가짜’는 ‘명품’으로, ‘국산’은 ‘프랑스 산’으로 둔갑하여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쁘레상 형제는 파리 만국박람회장의 조선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조선관’에 걸린 고종의 초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심 좋아 보이는 조선 왕의 얼굴을 보고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이 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았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결과는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다. 쁘레상 형제들에게 조선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도 분명하다.

 

2024년 6월 3일,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산유국의 희망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라고 발표했다.

 

추정 매장량은 우리나라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라고 했다.

 

포항 앞바다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정부에 통보한 업체는 액트지오로 알려졌다. 문제는 액트지오가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법인 자격 박탈’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사에 한국석유공사가 약 70억 원의 자문료까지 지급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권 당시 하베스트사건 등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여파로 인해 자본 잠식 상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자원공기업 융자’를 긴급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5곳 이상을 시추할 예정으로 한 곳을 시추하는데 1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 겨우 첫 번째 단계인 물리 탐사 과정만 거친 상태에서 급하게 서두르다 실패하면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문제의 액트지오사는 연매출 한화 3800만 원, 1인기업, 석유공사와의 계약 당시 1650달러 수준의 법인 영업세 체납. 산업통상자원부가 계약 당시에 세금 체납 사실조차 몰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런 회사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고 치켜세워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니.

 

2022년, 호주의 최대 석유 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에서 영일만의 석유 매장지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라고 결론짓고 사업을 철수했다. 석유공사가 우드사이드의 보고서를 제대로 살펴는 봤는지 궁금하다. 정보공개 포털에서 대왕고래 관련 계약정보가 부분 공개에서 비공개로 변경한 이유도 궁금하다.

 

무식(無識)과 무지(無知)는 다르다. 배우지 않은 데다 보고 듣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는 것이 식(識)이며, 보통보다 훨씬 정도에 지나치게 아는 것이 없는 것은 지(知)라고 한다. 사족. 그래도 지성이면, 감동(東) 해(海) 유(油)였음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