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 문자를 둘러싼 폭로전으로 치달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예외 없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고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지난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른바 ‘디올백을 둘러싸고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보냈다. 문자는 모두 5통으로 밝혀졌는데 문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의 문자를 읽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어대한’이라는 신조어가 떠돌 정도로 한동훈 대표가 앞서자 친윤 대표를 자임하는 원희룡 후보는 역전을 위한 한방이 필요했다. 그 한방은 ‘여사님 문자를 읽고 씹었다’는 문자 파동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문자를 터트린 측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할 뿐 특정된 사람은 없다. 다만 한동훈 후보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누군지는 모르지만 여사님 문자를 터트린 측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동훈 대세는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결과는 7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나타날 것이다. 한동훈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면 국민의힘 대표는 확정된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가 50% 득표에 실패하면 5일 후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한동훈 후보는 대표에 출마하며 대법원장 등 3자 추천을 단서로 달았지만 채상병 특검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가결된 채상병 특검 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국회로 되돌아왔다. 특검이 성사되려면 재석 의원의 2/3가 찬성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8명이 특검에 찬성해야 대통령 거부권을 무너트리고 재의결 된다. 국민의 관심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채상병 특검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는 채상병 특검이 즉각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한동훈 후보가 대표가 되면 여야 합의로 채상병 특검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여사님 문자를 둘러싼 국민의힘 대표 경선의 공방을 바라보는 국민은 착잡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한동훈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을 저지하려는 측은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면 당원이 돌아설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참으로 치졸한 발상이다. 누가 대표가 되든 채상병 특검은 피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에서 재의결에 실패하면 재발의될 것이다. 문자 파동을 보면 본말이 전도되었다. 김건희 여사는 대국민 사과에 대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상의할 것이 아니라 남편인 대통령과 상의했어야 한다. 사과할 생각이었다면 그냥 사과하는 것이 옳았다. 국민의힘에는 ‘몇월 며칠 사과한다’고 통보하면 될 일이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을 제외한 후보들은 ‘김 여사가 사과했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착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 여사가 백번을 사과했어도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국민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국민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은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싫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재신임을 받으려면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하는 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채상병 특검을 끝내 거부하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채상병 특검은 국민 징병제의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다. 사단장을 처벌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자식을 안심하고 군대에 보내도 되느냐’와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직시해야 한다. ‘읽씹 논쟁’을 바라보는 국민은 한심하다 못해 환멸스럽다. 국민의힘은 수준 이하의 저급한 논쟁을 즉각 중단하고 야당의 특검 법안이 미흡하다면 국민을 설득할 채상병 특검 법안을 만드는 것에 뜻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채상병 특검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피할 수 있는 밥상이 아니다. 절대 피할 수 없는 밥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