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하늘이 보는 것은 백성들이 보는 것을 통해 보는 것이며 하늘이 듣는 것은 백성들이 듣는 것을 통해 듣는 것이다.”라고 맹자는 말했다.

이 말은 그보다 훨씬 앞선 서경 주서 태서편에 나오는 말로 주자는 이렇게 주석한 바 있다. 천하란 백성의 천하요, 한 사람의 사유가 아니다. 이른바 임금 노릇 함부로 하지 말라는 가르침인 셈이다.

하루는 만장이 맹자에게 물었다. “요임금이 천하를 순 임금에게 주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이에 맹자는 말한다. “아니다. 천자라고 해서 어찌 천하를 남에게 함부로 줄 수 있겠는가. 그게 아니니라.” 만장은 되묻는다. “그렇다면 순임금이 천하를 소유하게 된 것은 누가 천하를 준 것입니까.” 맹자는 말한다. “하늘이 준 것이다. 요임금의 정치는 우매하다하여 백성을 멸시하지 않으며 가난하다 하여 백성을 천시하지 않는 정치였다.”

순임금의 정치는 권력의 힘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하늘의 덕으로 백성을 돌아보는 정치를 했다. 임금이 임금이라 해서 백성 돌아보기를 게을리한다거나 제멋대로 정치하다가는 백성에게 외면당한다. 백성은 순하기로는 양보다 더하고 사납기로는 그 어떤 맹수보다도 무섭다. 임금 된 자는 백성이 원하는 것으로 물꼬를 내야 한다. 그리하면 백성은 큰 무리 없이 물꼬를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꼬를 터주지 않거나 막히게 되면 그 사나움은 무엇으로도 누구러뜨릴 수가 없다. 결과는 임금이 죽던가, 쫒겨나던가만이 답이 될 뿐이다. 옛날에 걸 임금이 있었고, 주 임금이 있었다.

시대는 달랐지만 공통점을 들라면 백성을 돌아보기는 고사하고 악인에 폭군에 권력을 사유화하며 남용하는 등 충신과 바른말 하는 백성을 죽이기까지 했다. 본래 임금의 일이라는 것이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돌보고,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임금들이 더러 있어 임금의 자리가 마치 자신의 개인 권력이라도 되는 듯이 제 마음대로 휘두를 때가 있다. 이런 임금을 향해서 맹자의 가르침은 간단하다. 그냥 죽여 버려라가 끝이다.

맹자 책 원문을 아무리 뒤적여 본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해명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한 줄 설명이 붙은 것은 “걸 임금과 주 임금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것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마음을 잃은 것”이라는 게 전부다. 사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권력이 백성에게서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군수민주론인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다.’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백성들이 마음만 먹으면 저따위 배쯤 뒤집는 거는 손바닥 뒤집기보다도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에 오르는 사람은 그런 권력을 처음 가져보는 것이기에 나는 아니겠거니하는 안일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국민은 그것을 역사를 통해서 두 눈 밝히 뜨고 지켜본 바 있다. 누구는 부정부패를 일삼다가 하야했고, 누구는 군부독재 정치를 하던 중에 총 맞아 유명을 달리했고, 누구는 임기를 마치고 멀리 절간으로 유배를 당하기도 했고, 누구는 임기 중에 탄핵당해 감옥에 갔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미 역대의 선배들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록과 영상으로 남겨둔 바 있다. 그래서 국민은 저 자리에 올라갔다 하면 내려오는 순간 어떻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명색이 대통령까지 지냈는데 뒤끝이 안 좋은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배움이 시원찮아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저들이 성품이 그릇되어서도 아니다. 권력이 주는 오만함 때문이다. 오만함의 시작은 준비되지 못한 자들의 전유물이다. 그런 자들 옆에는 늘 간신배들만이 득실거릴 뿐이다. 저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 대통령이 국민을 보는 눈을 굽게하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듣는 것을 굽게하는 것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는 대통령, 국민을 괴롭게 하는 대통령, 이에 대한 결자해지는 그런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