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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겸허와 청지기의 책임

강준의(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개인보다는 조직이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가 중요하며, 이는 구성원 간의 내적 조화를 바탕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공동체로서 기능할 때 발휘된다. 수직적 관계를 넘어 부문 간 수평적 교류와 협력이 이뤄질 때 조직은 보다 생명력 있는 유기체로 진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건강한 공동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가가 벌써 수면 아래에서 분주하다. 평온해 보이는 호수 위 오리의 치열한 발길질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각자의 셈법이 한창이다. 저마다 “내가 되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외치지만, 그 외침이 과연 시민을 향한 진심인지, 아니면 자기합리화를 위한 자가당착인지 되물을 때다.

 

진정한 정치는 자기 확신을 소리 높여 외치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냉정히 성찰하고 시대와 시민 앞에 진실되게 서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나는 왜 시장이 되려 하는가?”, “도의원, 시의원으로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이 있는가?”, “지난 임기 동안 시민 앞에 부끄럽지 않았는가?” 이 근본적인 물음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직한 자기 고백 없이는 올바른 정치도 없다.

 

정치는 결코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 ‘지역을 위해 내가 다 했다’는 과도한 자만은 결국 선출의 주권자인 시민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선출의 권한은 언제나 시민에게 있고, 그 선택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당선 이후 시민의 기대보다는 자신의 입지 강화와 권력 유지에 몰두하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이 적지 않다.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의 자리가 영원한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이 잠시 맡긴 것임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을 잠시 살다 가는 ‘나그네’이며, 그 나그네의 삶 속에서 가장 값진 유산은 ‘떠나는 날 부끄럽지 않게 사명을 다했다’는 깨끗한 기억 하나일 것이다. 또한 그 권한이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아는 ‘청지기’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의 선택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며, 사명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지금이야말로 자기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돌아보고, 시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를 결단해야 할 때다. 시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공동체의 미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공직자가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이며 진정한 시정(市政)의 출발점이다. 정치는 결국 말이 아닌 책임으로 증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