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박수를 치며 자축하는 회원들에게는 ‘보라동 유일 선정’이란 자부심이 얼굴마다 가득하다

어르신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인지 활동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가 낯설 법도 하지만 이제는 일상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스마트경로당 화상시스템 모습

입구부터 맞이하는 개인별 이름표가 붙은 전용 신발장은 회원들에게 ‘내 집 같은 소속감’을 선사한다

집중력 향상과 근력 유지에 탁월한 한궁을 직접 시연하는 박 회장. 그의 열정적인 리더십이 클럽 변화의 원동력이다

변화의 바람은 단지 내에 머물지 않고 인근 경로당 리더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회원들이 함께 노래하며 고독감을 털어내고 정신건강을 지킨다
박인호 회장 변신 주도… 베푸는 삶 솔선수범
실내 대대적 리모델링… 산뜻한 분위기 연출
건강식 제공…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도 인기
용인신문 |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 향과 함께 정갈하게 정리된 신발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과거 ‘노인정’ 하면 떠오르던 낡은 소파와 쾨쾨한 냄새, 폐쇄적인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대신 거실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마트 화상 시스템에서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체조 강의가 흘러나오고, 한쪽에서는 한궁(韓弓) 과녁을 향해 집중력을 발휘하는 어르신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기흥구 보라동에 위치한 ‘민속마을 현대모닝사이드 아파트 시니어클럽’ 풍경이다.
이곳은 최근 용인시가 선정한 ‘스마트 경로당’으로 지정되며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클럽 회원들은 방어회를 비롯해 닭강정, 떡, 과일 등 풍성한 음식을 차려놓고 이웃들을 초대해 작은 기념식을 열었다. 보라동 내 아파트 경로당 중 유일하게 스마트 경로당으로 선정된 자부심을 나누는 자리였다. 회원들은 이제 이곳을 단순히 쉬는 곳이 아닌, 공동체 생활의 핵심 공간으로 여기며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 대접받기보다 베푸는 선배 시민으로
놀라운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4월 취임한 박인호 회장이 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입구의 ‘노인정’ 명판을 떼어내고 ‘시니어클럽(Senior Club)’이란 세련된 이름을 달았다.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노년을 수동적인 ‘노인’이 아닌 활동적인 ‘시니어’로 재정의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였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회원들의 인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대접받기를 원하고 인사받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시대에는 이런 생각이 이웃과의 반목을 부른다”며 “일방적인 ‘받음’보다 ‘베풀기’를 실천하고, 인사도 내가 먼저 하는 ‘선배 시민’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철학을 말로만 그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솔선수범하며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 낡은 관습 깨고 쾌적한 ‘공동체 공간’ 리모델링
박 회장은 부임 직후 내부 환경 개선에도 박차를 가했다. 노인 시설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낡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어둡고 답답했던 철제 대문을 유리 미닫이문으로 교체했다. 덕분에 클럽 내부가 밖에서도 들여다보이며 이웃 주민들이나 젊은 층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크게 해소됐다.
내부 도배부터 주방 집기, 냉장고 교체, 각 방 에어컨 설치 등 리모델링 수준의 정비를 마친 뒤에는 회원들에게 개인별 신발장을 마련해 줬다.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던 신발들이 제 자리를 찾자, 공간은 더욱 정갈해졌고 분실 우려도 사라졌다. 또한 회원들에게 매일 샤워하기, 깨끗한 옷 입기, 기초 노인체조 생활화 등을 당부하며 개인위생과 건강관리에도 힘썼다.
■ 먹는 즐거움·배우는 기쁨 ‘행복공간’
시니어클럽의 활성화를 위해 박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식사와 취미’다. 그는 “먹는 즐거움과 취미활동이 있어야 경로당이 살아난다”는 믿음으로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지자체와 대한노인회, 입주자대표회의의 협조를 끌어내어 현재 월 15일 이상 고품질의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근 뷔페식당과 연계해 한 끼에 국과 6찬의 건강식을 제공함으로써 회원들의 영양 관리는 물론 식탁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여가 프로그램 역시 전문적이고 다채롭다.
별도의 방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최신 유행곡을 배우며 정서적 안정을 찾고, 격한 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한궁’을 설치해 꾸준한 신체 활동을 독려했다.
다용도실을 활용해 뇌 건강에 좋은 바둑교실을 열었으며 회원 중 전문가가 직접 강사로 나서는 재능기부 강좌도 진행한다. 독서와 외국어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도 할애해 젊은 시니어들도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IoT 기반 안전관리시스템은 관할 보건소와 연계해 혈압 체크 등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고 위급상황에 대처하게 했다.
■ 벤치마킹 명소로 ‘우뚝’
이런 노력 덕분에 현대모닝사이드 아파트 시니어클럽은 이제 인근 경로당 회장들이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을 다녀갈 정도로 유명해졌다. 박 회장은 “이전에는 식사가 준비되면 몸만 와서 먹고 설거지나 쓰레기 정리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우리 회원 모두가 스스로 뒷정리를 하며 서로를 배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용인시는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 총 66곳에 양방향 화상시스템과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경로당’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모닝사이드 아파트 시니어클럽은 이런 정책적 지원과 박인호 회장의 혁신적인 리더십이 시너지를 일으킨 모범적인 사례다.
박인호 회장은 마지막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소외되는 과정이 아니라 더 넓은 공동체와 소통하며 멋지게 완성되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입주민 누구나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품격 있는 시니어클럽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기술과 사람 중심의 리더십이 만난 이곳에서 회원들은 ‘제2의 인생’이라는 화려한 무대를 매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