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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자의 눈으로 본 ‘사무장병원(약국)’
더 늦출 수 없는 결단의 시간

김진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인동부지사장

 

용인신문 | 건강보험은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 제도가 흔들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는 불법 사무장병원(약국) 문제는 오랜 시간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방치됐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사적이익의 수단으로 삼는 대표적 불법 행위다. 문제는 단순한 불법을 넘어 과잉진료‧의약품 오남용‧환자 안전 관리 소홀 등으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 질 저하와 의료질서 교란이라는 이중의 피해로 이어진다.

 

현행 제도에서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다. 행정조사 후 수사기관에 고발해야만 후속 조치가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에도 사무장병원(약국)은 정상적인 의료기관처럼 요양급여비를 청구하며 재정 누수를 계속 발생시킨다. 사후 환수 중심의 대응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공단은 ’14년부터 불법개설기관 조사를 위한 전문조직을 구성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해 왔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 시스템을 통해 수사기간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다. 보험 재정 흐름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관이 바로 건강보험공단이라는 점에서 조사와 수사가 단절된 현 체계는 비효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도한 권한 집중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논의 중인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제도는 수사권한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으로 명확히 한정돼 있고 복지부 장관이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추천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에서 수사권한이 승인된 직원만 제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무분별한 권한 확대가 아닌 재정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미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라는 현실 앞에서 재정 누수를 방치하는 선택은 곧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이 된다. 이제는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결단할 것인가’의 문제다. 보험자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완성할 시간은 이미 충분히 흘렀다.

 

22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강보험공단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도입 법안은 단순한 제도 신설이 아니라 국민 보험료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응답이다. 더 늦기 전에 책임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