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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의 여자들이 걷고 또 걷는다
넓은 통유리가 마치 일생의 한 화면 같다
아침까지 갔다가 다시
통유리의 넓은 저녁으로 돌아오는 유영
38,29,50,17, 다양한 나이와 문수의 걸음들이 걷고 또 걷는다
아무 목적지도 없는 걸음
다만 몇 킬로의 또는 몇 그램의 일생을 줄이며.
라퓨타. 가끔 구름 속을 나와 유영하는 성(城)
어디에도 없는 내 몸에 꼭 맞는
내 몸을 찾는 사람들
둥둥 떠서 아니, 둥둥 걸어서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그러다 남편의 귀가 시간이라는 역에, 끼니때라는 지상의 역에 잠시 내렸다가 다시 걷고 또 걷는.
앞도 뒤도 없이
그저 흘러갈 뿐인 풍경
지상에서 망가진 것들의 구름 같은 오후를
가는 일도 없고 되돌아오는 일도 없는
그저 유영하는 저 악착같은 걸음들,
둥둥 떠가는 동사무소 이층 천공의 성
타이머에 맞추어진 길의 시간을 걷고 또 걷는
단 한 번도 지상에는 내려서지 않겠다는 듯
러닝 벨트 위를 규격품처럼 걷고 또 걷는,
불쌍한 승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