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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기와지붕의 이야기

어느 마을에 푸른 기와지붕과 붉은 초가지붕이 두 채 있었다. 서편 건너 마을에 하얀 대리석 지붕이 있고, 동편 건너 마을에는 타지마할의 황금지붕이 있었다. 어느 날 끼니도 잇지 못해 연기가 전혀 없던 붉은 지붕 굴뚝에서 갑자기 대포 쏘듯 연기가 풀풀 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푸른 지붕은 옆집에서 오르는 미사일 같은 연기가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물 건너 마을의 하얀 지붕에서는 “저것이 바로 화전차 쏘는 것이라고” 소리 소리 지른다. 그러면서 그들은 푸른 지붕한테 묻는다, “윗집에서 뭘 하고 있는지 혹시 아세요?”
“아뇨, 오랜만에 배고픔 잊기 위해 콩깍지 태우고 있는 모양이죠. 아궁이에서 가끔씩 터지지 않은 콩깍지가 저렇게 요란스레 터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둘이 친하니까, 직접 한번 물어봐주시죠. 저런 불이 잘못! 번지면, 우리 마을까지도 위험에 처하니까요.”
“괜찮네. 저 집은 제가 훤하니, 걱정마세요. 저 집은 그런 화전차를 몰래 만들 힘도 없어요. 우리 집에서 매일 쌀과 밀가루, 비료를 꿔가는 집인데. 무슨 여력이 있겠어요. 걱정 마요.”
“그래도, 남의 집 다락방을 들여다보진 않았잖아요? 확인하는 게 좋을 텐데.”
“걱정들 덜 마세요. 내가 그 집은 꽉 잡고 있으니까.”
푸른 지붕의 노서방은 연신 노우 노우를 연발한다.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센 소릴 친다. 하얀 지붕은 할 수 없이 비밀을 털어놓는다. “우리 집에 투시망원경이 있어서, 지난번에 몰래 붉은 집을 보았더니. 집안에 쇠덩어리를 숨겨놨더군요. 입체로봇 만드는 모습도 보이던데.”
“애들 장난감을 봤겠죠. 그 집엔 마징거 로봇 살 돈도 없어요.”
“그렇게 자신하지 마세요. 우리 집 꾀쇠돌이의 탐문에 의하면, 저 건너편 은행에 몇천만불 자금을 숨겨두고 있다던데요.”
“에이, 무슨 헷소릴. 우리집에서 엽전 몇 냥 빌려간 게 전부일거요.”
“허허, 거참 얘기가 안되는구만. 그럼 당신네 집에 불이 옮겨 붙어도 우린 상관않겠소. 잘 해보시오.”
하얀 지붕은 마침내 더 이상 전화도! 걸지 않는다. 그는 부시고 싶은 마음에 푸른 지붕과 붉은 지붕의 바로 이웃 마을에 있는 홍백의 줄무늬 지붕에게 도움을 청한다.
“여보게, 자네가 그 동네 치안 반장을 맡아줘야겠네. 푸른 지붕하고는 도대체 대화할 수 없으니. 자네가 온 동네를 좀 책임져주게.”
“그러지 뭐.” 그 동안 내놓고 동네반장 노릇을 하지 못한 홍백 지붕이 좋아한다.
“그런데 반장 말을 안 들으면 어쩌지?”
“그럼 자네 돈을 꿔주지 말던가. 물건을 팔지 말게. 그것도 안 되면, 자네 대장간에서 총 만들어서 한 대 쥐어 박어.”
“그래도 괜찮겠나?”
“어쩔 수 없잖나. 옆집에서 불나도 눈 꿈적않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동네 평화를 맡길 수 있겠나?”
“그렇다면, 좋네. 이 기회에 우리 집도 무장강도에 대비해서 보안시설 좀 하겠네. 그래도 좋지?”
“자네 맘대로 하게. 급할텐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내 우리 천문대 쌍안경도 빌려줄테니, 잘 이용해서 감시도 하면서.”
“고맙네. 우리 동네 보안을 위해 같이 잘 해보세.”
자위대 재무장 소식(?)을 들은 푸른 지붕이 반발한다. “자넨 전에도 우리한테 피해를 주더니만, 어찌 이번에도 자네 맘대로 외세를 끌어들이나?”
“외세라니? 현대사회에서 옆동네 일이 어찌 내정! 간섭인가? 세계평화가 동네일이 돼버린 시댄대, 자넨 무지하군.” “그래도 어찌 우리 뒤통수를 치나. 우리 호수 옆 외로운 섬 밭떼기를 넘보더니, 이젠 아주 동네 주인이 되려나?”
“그건 아니고. 그동안 많이 참아왔으니, 이젠 본 때를 보여줄 때가 된거제.”
푸른 지붕이 두 지붕에게 불평한다, “여보게들, 저 건너 황금 지붕에서는 바로 어제 화전통을 쏴도 찍소리도 않으면서, 이렇게 소란떠는 이유가 뭔가?” “그야 걔들은 착하고 행동이 예측 가능한 인간이잖아. 어찌 붉은 지붕하고 같이 취급하겠나!”
푸른 지붕은 할 말을 잃고, 갑자기 거친 구호를 외친다, “아전인수, 강자논리, 자주독립!” 하얀지붕, 홍백지붕이 웃는다, “쟤는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씁쓸한 웃음이 황혼의 비릿한 기운에 번진다. 이렇게 세 지붕 세 가족은 서로 찜놀이를 하면서, 같이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편 가르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푸른 지붕과 붉은 지붕은 보기와는 달리 같이 붙지 못하는 속궁합에 속앓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