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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들이 /콩트/부자

외출에서 집에 돌아가려면 지하철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야한다. 어느 날 내 뒷자리에 서른 조금 넘어 보이는 부인이 앉아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태연히 내 어깨를 툭툭치면서 “핸드폰을 좀 빌려 주세요” 한다.

어릴 때 아버지의 둘도 없는 친한 친구 분 어깨를 짚었다가 호되게 야단맞은 생각이 얼른 떠올랐다.

어린 나를 무척 귀여워 하시던 아버지 친구 분이 그렇게 매섭게 나를 꾸짖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도 정중히 사과하시는 것을 보고 내 행동이 엄청난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친구의 어깨도 치지 않았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이 어제 일처럼 뚜렷하다.

나는 독사처럼 냉혈동물로 변하여 빌려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아기를 데리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장시간 통화를 하고는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돌려 주는 것을 보았다. 아! 빌려주지 않은 것이 잘한 일이구나.

마을버스의 종점은 유명한 S건설에서 지은 값비싼 아파트로 조경부터가 대단하다. S아파트 한 정류장 앞이 내가 사는 아파트로 우리 동네에서 값이 비교적 싼 아파트다. 비단에 삼베 조각을 붙인 듯이 격에 안 맞게 S아파트에 빌붙어 있는 꼴이다.

내릴 때 핸드폰을 빌려 쓴 숙녀분이 안 내린 것을 보니, 종점 S아파트의 주민인 것이 틀림없다. 한 통화 해 봐야 몇 푼 안되는 통화료를 갖고 빌려주지 않은 가난한 아파트의 꾀죄죄한 내 몰골, 이 옹졸함을 비웃는 듯해서 뒷머리가 가려웠다.

죄없는 현관문을 발로 차고 들어 왔다. 남의 어깨를 치고 휴대 전화기쯤은 마음대로 빌릴 수 있다는 것이 가진 자들의 아량이고 상식이란 걸 너무 늦게 깨달아 오늘도 실패한 삶을 살고 말았다는 생각에 공연히 자신이 미워졌다.
그래도 이곳 최고의 S아파트 5채를 팔아도 서울 D동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못 산다고 한다. 갑자기 그 높은 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일상의 생활철학은 어떤 것일까, 옹졸한 늙은 이는 또 궁금해 졌다.

가진 자들의 위치를 생각해 본다. 분명히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다. 세계적인 재벌 빌 게이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뛰어난 두뇌와 창조력,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추리력만이 아니다. 그의 진정한 부는 삶의 기쁨을 아는 것에 있다. 그 기쁨은 바로 나눔이다. 그가 세상을 향하여 쾌척하는 수 많은 기금은 돈 자랑이 아닐 것이다.

부자의 아름다움을 십분 발휘하여 타인의 삶을 고양시킬 줄 아는 릿?부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는 위대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굴지의 재벌도 많다. 그들의 역경을 극복하여 성공한 노력과 지혜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 재벌중에도 존경스럽고 동경해마지 않을 훌륭한 분들이 많다. 대부분의 그들도 부의 사회환원과 밝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분들이다.

어쩌면 이 세상의 부자들은, 부자가 될 때까지의 고난을 통하여 인생의 철리를 충분히 터득한 위대한 철학자들인지도 모른다. 버스속에서 무례히 내 어깨를 친 그 마님을 단순히 부잣집 여인이라는 편견으로 비아냥대는 것은 아니다.

물질의 부자는 당연히 마음도 함께 부자여야 한다는 기본을 모르고 있는 듯하여 괜히 ‘부자’에 대해 넋두리를 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