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금)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시위의 나라 ‘한국’

새로 부임하는 미국 대사를 맞이할 현청이 어수선하다. 동행하던 참판이 말한다.
“대사님, 이번에 가시는 곳에는 우리 임금에 대해서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왜 그렇지? 우리가 제일 많이 도와주고, 가장 가까운 친구인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지금까지 가장 친한 동맹관계였죠. 그런데 지난 몇 십년 동안 우리 임금님이 강조하신 인권, 자유, 평등 정책이 너무 과했던가 보죠?”
“과하다니? 우린 온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에서 평등한 요구를 했었고 또 할뿐이네.”
“그렇죠. 그런데 저들은 자기들의 이권이 있으니, 좀 불편했던 모양이죠. 그래도 옛날에는 그곳 현감이나 사또, 관리들하고만 다투면 됐는데. 우리 도움으로 마을 사람들이 다 잘 살게 되니까, 이제는 전국적인 교역 자체를 거부하면서 모두 나가라고 주장한다잖아요.”
“세월이 변하면, 모든 게 달라지긴 하지. 허긴 우리 방식으로 고집한 점도 있겠지만, 서로 간에 도움이 된 사실은 잊지 말아야지. 사는 게 다 그렇게 돕고 사는 게 아닌가?”
“그러게 말이죠. 이제 우리도 서로 돕는 방식을 바꿀 때가 된 듯합니다.”
“그래, 자넨 이곳에 삼십년 봉직했으니. 어떤가? 그곳 사람들의 경향은??
“본래, 마음들이야 다 착하죠. 가끔 교통법도 묵살할 정도로 순박하고, 인간적 정리를 중시하는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감성적 접촉을 중시하다보니, 이상하게 비딱해지면 도저히 협상할 공간도 주지 않고, 고집만 부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래? 자넨 그 오래 동안 여기서 일한 게 행복한가?”
“전 아주 행복합니다. 가끔 감정적으로 욱할 때, 그들과 싸우는 것도 지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마음이 따스해서 견딜만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일 시위가 벌어진다고 하던데, 정말 사실인가?”
“우리같이 낯선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데모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그런 생각조자 하지 않는 듯합니다.”
“거 참 이상하군. 자기들이 불편해서라도 데모를 자제하고 건설적인 조취를 취하라고 요구할텐데. 그게 재미있어서 그렇게 하는 거 아냐?”
“설마 그럴라구요. 다 무슨 목적이 있으니까, 그런 불편을 참는 게 아니겠어요?”
“그 목적이 무슨 환경단체, 시민단체, 개인 이권이란 말인가?”
“그렇기도 하고, 너무 타협하는 기술이 부족한 민족이다 보니, 해결 방안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밀어부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땡깡을 부리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니까요.”
“그래, 나도 여기 오기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가면 데모와 반미감정을 조심하라고 하던데. 그렇게 매일 데모하는 이유를 잘 조사해서 보고해주게. 내 직접 조사도 하겠지만.”
부임 한 달 후. 대사가 참판에게 말한다. “내가 그 동안 알아보니, 이 곳에서는 매일 시위가 벌어지더군. 그런데 그 시위내용 중에서 정작 우리와 관련된 것이 아주 조금 뿐이야. 뭐 그리 중요시 할 필요도 없더군. 세계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데, 그런 일에 매달릴 필요 없으니, 아예 관심을 끊고 민생업무나 열심히 하게.”
“그러겠습니다. 그 동안 골치꺼리던 매향리 활터와 우리 관사 이전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활터는 이 곳 사람들도 연습해야 하니, 같이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 관사는 여기 사람들이 마련해준 곳으로 새로 옮기기로 했다면서? 그런데 뭐 시끄러운 일이 남았나?”
“그게 참... 그곳에서도 안 된다고 데모를 하더군요.”
“그래? 그러면 아주 다른 터로 옮겨가지 뭐. 환영받지 않는 곳에 더 머물 필요가 있겠어?”
“그것도 문젭니다. 또 옮기지 말라고 데모가 나올 겁니다.”
“그럼 어쩌란 말야? 떠도 안 되고 안가도 안 되고. 거 참 웃기는 나라야. 대안이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