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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여백의 미를 느껴보자

발행인 칼럼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도종환의 詩 ‘여백’ 전문>

여백을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여백을 사치라고 목청 높이는 세상이다. 삶의 여백을 겸허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하물며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도 등 뒤의 여백을 통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그래서 인간이 회귀하고 닮아가야 할 자연은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리라.

시인은 나뭇가지 틈새와 허공, 그리고 빈 하늘과 같은 여백을 통해서 삶의 진정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한다. 빽빽한 숲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넉넉한 허공 같은 여백만이 고단한 인생을 쓰다듬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삶의 여백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두 사람의 상반된 인생이야기가 흥미롭다.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라는 사람은 재산 20억불을 남기고 죽었다. 그의 죽음을 뉴욕타임스도 보도 했지만,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장례를 집례할 목사가 없어서 국가에서 지정한 목사가 장례를 치렀다. 그는 호텔에서 향락을 즐기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이때 목사는 “오! 주여, 하워드 휴즈가 빈 손 들고 왔다가 빈 손 들고 갑니다. 불쌍히 여겨 주옵서서”라고 기도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1000만 불을 유산으로 받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큰돈을 유산으로 받자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겨주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30년의 긴 세월 동안 가난한 사람, 불행한 사람, 불구자나 병자, 그리고 고아와 과부에게 베풀면서 살았다.

무려 3만여명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70세 때는 그 많던 돈을 다 써버렸고, 결국엔 무일푼이 됐다. 말년에는 방 두 개짜리 집에서 딸이 보내주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억만장자였지만 향락만을 즐기다가 천문학적인 돈을 그대로 남겨 놓은 채 빈손으로 돌아간 하워드 휴즈. 30년간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딸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을 마감한 헝가리인. 누구나의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삶의 여백을 반영한 이야기다. 내 등 뒤에는 과연 얼마나 넉넉한 허공이 아름다운 여백으로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