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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베르테르효과(Werther effect)를 우려한다

발행인 칼럼

필란드의 유명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여행》이 요즘 인터넷에 자주 보인다. 제목만 봐서는 전혀 읽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그러나 요즘 유명 여성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때문에 독자들의 서평에 눈길이 머문다.

내용의 줄거리는 ‘어떤 두 남자가 각각 자살을 하기 위해 헛간에 갔다 우연히 만난다. 이들의 황당한 만남은 자살모임이라는 엉뚱한 발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살을 위한 단체여행을 떠나지만, 죽기 위해 출발한 그들이 결국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안고, 원래의 삶을 향해 되돌아온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고 한다.

어느 심리학자는 자살을 ‘자기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self)’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은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감 때문에 고통에 빠지면 자기(self)로부터 탈출(escape)을 꿈꾼다. 그 방법론 중 하나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2005년 한 해 우리나라 자살자들이 1만4000명이란 보도가 있었다.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고, 자살률은 10만 명 당 24.2명이다. 그 결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걱정거리중 하나가 <베르테르 효과>확산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동조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 자살을 일컫는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서한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유래했다.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뜨겁게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은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David Phillips)가 이름 붙였다. 20년 동안 자살을 연구하면서 유명인의 자살 언론보도와 일반인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다. 안타가운 것은 우려했던 대로 최근 여기저기서 젊은이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지 취재팀도 조심스럽게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자살의 원인인 우울증은 전체 성인의 10~20%가 경험한다. 전 국민의 5%가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이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히는 질병 중 하나라고 꼽는다. 20대 중반까지는 유전자적 취약성의 결과지만, 중년 이후엔 사회적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부른다. 치료를 받으면 감기처럼 쉽게 낫는다는 뜻도 되지만,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란 뜻이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세로토닌이라는 뇌화학 물질은 일조량과 관계가 있다고 전해진다. 다시 말해 햇볕이 천혜의 우울증 치료제란다. 모두 따스한 봄볕 아래로 나가보자. 바쁜 일상들을 잠시 접어두고…. 봄의 전령들이 앞 다퉈 오고 있지 않는가. 마음의 감기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