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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꽃대를 잔뜩 세우고 봄을 망보는 ‘깽깽이’

박 시영의 들꽃 이야기 / 깽깽이
예쁜 꽃의 원죄와 약용의 유혹으로 보호식물

   
 
글·박시영 (사단법인 한국들꽃문화원 원장)

# 봄을 노래하는 색의 리듬
오른발 깽깽 왼발 깽깽하는 동심의 노래가 생각나요
맨땅에서 한발을 접고 외발로 홀연히 톡톡 튀여 나오는 모습으로 꽃깽깽이는 탄생되는가 싶습니다. 이른 봄 아무도 없는 저 구석진 한 편에서 조용히 봄의 구실을 하려 어느 날 꽃을 피우고 닥아 온 우리의 소중하고 유익한 깽깽이풀 꽃을 대할 적마다 가슴이 뭉클하지요. 더군다나 언 땅을 헤집고 잔설을 뿌리치고 심술궂은 찬바람의 훼방에도, 금방이라도 찢겨 나갈 것 만 같은 얇디얇은 꽃 살을 하느작거리며 이 대지위에 나온 것에 대해서 더욱 그렇지요.

그때까지 주변에는 아직 아무도 없어요. 꽃대를 잔뜩 치켜 세워 봄을 망보고 서있지요.
그리고는 순정의 연한 색을 머리에 이고 여기저기서 깽깽이 뜀질 하듯 예서제서 톡 톡 튀어나와 봄볕을 자지러지게 간질여 주지요.

처음에는 신기한 나머지 내 눈을 의심하게 되요. 아니 애가 여길 어떻게 왔을까? 어떻게 여길 꽃으로 닥아 왔을까 의심하게 되요. 내 자신보다도 눈이 더 의심을 해요. 어느 곳엔 무리지어, 또 어느 곳엔 자기들끼리 줄 서서 꽃잎으로 춤을 맞추는데 모두가 한결 같습니다. 한 주제로 하나같이 봄을 노래하니까요. 꽃 살의 덩실거림이 하나같아요. 꽃의 색이 리듬을 탑니다. 홍자색, 주홍색, 연보라, 보라, 연분홍, 하얀색, 연한자주색 거기에서 거기인 것 같지만은 한 옥타브를 오르내리는 색의 리듬이 깽깽이 풀꽃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지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놈들이 맨땅에 깽깽이 춤으로 군무를 추듯 나타나니 이 봄에 깽깽이풀의 군무를 아니 보고는 서러워 봄을 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언어에도 사투리가 있듯이 깽깽이풀도 지역에 따라 약간의 특성이 다릅니다. 추운 중부지방으로 올라올수록 어김없이 꽃이 먼저 올라와 한껏 기세를 편 다음 잎사귀를 올려 보내는데, 따뜻한 남부지방으로 가면 잎사귀가 먼저 올라와 자태를 뽐내고 나서 꽃대를 올려 보내요.

그래서 사진 속에서 꽃대와 같이 줄기가 왕성하게 같이 있는 것은 분명 남쪽 지방에서 촬영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고 꽃대만 홀연히 피어 뽐내고 있는 것은 중부 위쪽에서 촬영한 것이라 믿으시면 됩니다. 물론 꽃을 자세히 관찰하면 알겠지만 깽깽이풀의 특성 중 매력적인 것이 잎사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입니다.

연꽃잎사귀에서 흘러 떨어지는 물의 모습과 똑같은데요, 작은 잎사귀에서도 똑같이 돌돌 말려서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 맛을 더 합니다. 연잎처럼 물에 젖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요. 하긴 달리 황련이라 하겠어요. 연꽃잎을 축소해 놓은 모양이 제값을 하는 것이지요. 그것도 있고요 실은 뿌리가 황색인 이유도 있어요.

깽깽이의 씨앗을 맛 보면 약간의 달착지근한 맛이 있어요. 아주 작은 이 씨앗의 머리 쓰는 것을 알면 너무 귀여워 죽을 지경입니다. 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만나게 되면 그 누군가 이 풀을 쪼르륵 심어놓은 형상을 볼 수 있는 데요 한 곳에 무리지어 있는 것도 있고 한 송이를 기점으로 쭉 가면서 줄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깽깽이풀 씨앗에는 자신의 종적 번식을 위한 약간의 꿀을 만들어 발라 놓았거든요. 그랬다가 개미가 지나가다가 그 씨를 물고 자기 집에 가지고 가다가 흘리기도 하고, 가다가 잊어버리기도 하구, 맘 좋은 놈은 진짜로 그냥 놔두고 가기도 하구, 가다가 힘들어 빠뜨리고 간 것이 드문드문 피여 나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것이지요.

# 멸종위기 보호식물 제27호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 풀이예요. 우리가 잘만 보호하면 참 좋은 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통째로 뽑아가서 시방은 멸종위기라 보호식물 제27호로 보호받고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물론 약용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용하게 쓰인 덕분이지만은 그 예쁜 꽃의 원죄와 약용의 유혹에 그만 절단 나게 되였지요. 이 풀이 여러해살이 풀이기 때문에 그저 개미가 퍼뜨리는 것만 갖고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까지 도움이 되지를 않으니 얼마 동안은 그냥 지 멋대로 자라게 내 버려두었으면 좋겠는데, 제발 그랬다가 좀 풍족해지면 갖다 쓰면 좋겠는데 마구잡이식으로 뿌리째 채취를 하다보니 그 종이 얼마 남지를 않았습니다.

뿌리에 약 성분이 있는 건 있는 건데, 그렇다고 뿌리는 약으로, 꽃은 예쁘다고, 그리 험악하게 몽땅 없애 버리면 뒤에 오는 우리의 후손들은 깽깽이풀을 어디에서 보나요.

다행이 야생화 전문인들이 실생으로 많이 번식을 해서 그나마 보게 된 것이 천만 다행이라 하는 것이지요. 원래의 원줄기는 없고 뿌리에서 곧바로 줄기들이 퍼져 자라지요.

이렇게 자라나는 모습을 근생엽이라해요. 꽃과 잎사귀를 보면 너무 여려서 동정심이 가는데 실은 뿌리를 보면 아주 튼실해요 그래서 뿌리를 약용으로 이용하고 있지요.

한줌 잔뿌리가 달려있는 것이 아주 실해요 짧고 옆으로 뻗으며 잔 실뿌리가 많이 달려있어요 황색으로 있지요 잎은 약간 연꽃잎을 닮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네요. 아주 작은 연잎 같아요. 똑같이 물방울도 만들어 내구요. 쓰이는 곳이 많아서인지 이름도 다양해요. 선황련, 토황련, 산연풀, 황련, 조황련의 이름이 있어요.

관상용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어 어지간한 화단에는 깽깽이풀이 있어야 제 맛이 날 정도가 되었지요. 한창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뿌리를 캐서 말린 것을 모황련이라 하는데 민가에서 위장에 안질에 아주 유용하게 쓰여 왔지요. 얼마 남지 않은 깽깽이풀에 대한 약 성분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것도 보호하는 한 측면이라면 독자 분들께서도 이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쓰임새가 너무 많아 못 알리는 것 또한 힘드네요. 모 한방화장품 회사에서는 피부미용 원료로 이 황련을 쓰고 있더라고요. 참을게요.

왜냐하면 보호 종이고 또 산에서 만나시게 되면 자신 모르게 가져올 것은 뻔한 일. 그냥 아주 유익하고 꽃과 뿌리가 정말 좋아 이런 수난을 겪는 우리의 야생화라는 것을 인식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깽깽이풀꽃 지발 꼭꼭 숨어서 들키지 말고 오래오래 잘 자라다오, 너무 예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