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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주렁주렁…고운 복주머니를 매달고

박 시영의 들꽃 이야기 | 금낭화

글·(사) 한국들꽃문화원 원장 박시영

   
 
금낭화 꽃멀미하는 사랑하는 소녀에게!

소녀여, 천진스런 소녀여, 꽃멀미를 아시나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싯거리죠. 현깃증이나고 숨이 막힐 지경이시죠. 지금 소녀는 상광교 버스종점 냇갈 옆으로 해서 절터 약수터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소녀여, 제발 영롱한 보석처럼 달려있는 며느리의 그렁그렁한 눈물을, 오늘은 그냥 참견 말고 지나쳐 버리시구려. 자홍색, 선홍색, 담홍색 그래도 그 색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우주의 색을, 오늘만큼은, 눈에 담지 말고 그냥 지나쳐 버리시구려. 참견하는 만큼의 깊이만큼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소녀여, 바위틈 틈새로 긴팔 뻗어 고운 며느리의 복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는, 그 화려한 아름다운 자태를 몸짓으로 유혹하는 금낭화에, 오늘은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어이 지나쳐 버리시구려. 그래도 그리 저려오는 가슴 쓸어안고 게 있어, 금낭화에 아예 마음 빼앗길 거라면 잠시만 기다려 주오. 그리고 가슴 깊숙이 대지의 공기를 흠뻑 들이 마신 뒤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서 계세요. 소녀여 눈물 젖은 소녀여, 그만 그 꽃의 자태에 자신도 모르게 흘린 눈물 담겨주려는 비단 눈물주머니꽃 가까이 닦아가 지금껏 참았던 아픔의 아름다움을 한껏 멀미하시구려.

금낭화를 위한 소녀의 전부를 토해 내 시구려.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다가와 더 아파 질 때까지.

눈물로 가득담긴 며느리주머니꽃 속에 비친 사랑스런 소녀여, 꽃멀미의 자국은 화사한 봄날의 흔적 되여, 금낭화를 길이 간직해 줄 추억으로 남겨 두시구려. 그리곤 꽃 아래 두 개의 하얀 꽃판이 볼록 나와 있는 꿀주머니 낭에 손 적시어 눈물흔적 닦아 내시구려.

천진스런 소녀여, 양 갈래로 머리 땋고 해맑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이 바로 금낭화의 모습이라오, 소녀의 해맑은 그때의 그 모습이라 하오. 줄기에 달려있는 금낭화의 연분홍 색깔에서 순박한 겸손함이 배여 있고 임의 뜻을 따르려 따라 나서는 모습이 묻어나 보입니다.

황금색 며느리 주머니꽃은 옛적엔 우리의 소담한 정원 한쪽에서 뭇사람들의 눈을 뺏어왔지요. 금낭화를 바로 직역하면 황금색 비단 주머니꽃입니다.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라 하는 것이지요. 소녀의 분홍색 두 입술 사이에 하얀 밥알이 끼어 있는 듯도 하다 하여 밥풀꽃이라 하기도 해요. 혹자는 물고기의 입을 닮았다고도 하는데, 글쎄 그렇더라고요. 금낭화는 너무나 예쁜 구석이 많아 며느리에 비유한 말이 유독 많습니다.

며느리 주머니꽃, 며느리 눈물꽃, 며늘취, 황금색며느리 복주머니꽃, 그리고 덩굴 모란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그 화려함의 색이 땅속에서 올라오는데 이 꽃은 그 예민함이 남달라 알칼리성 토양인 곳에서는 자기의 원래 색인 붉은색을 간직하며 피고, 산성의 토양에서는 연분홍과 흰색의 꽃을 피운답니다. 꼭 한번 흰색의 금낭화를 만나 보시기를 기도합니다. 너무나 하얀 색이기에 흰색의 아름다움을 직접 피부로 느껴 보세요, 그리고 하얀색을 눈에 넣어 보는 겁니다. 그 아름다움이 바로 자연이며 바로 그 아름다움이 소녀라 하지요. 요즘에는 원예종으로 개발하여 흰색의 금낭화를 자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그늘을 좋아함으로 한낮에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곳이 좋답니다. 실생 즉 씨뿌리기나 포기 나누기 방법으로 번식을 시킬 수 있는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이 예쁜 며느리 주머니꽃을 아주 가까이 두시며 야생화의 의미를 한번정도 더 생각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사랑스런 소녀여, 이젠 풍부한 감성의 꽃멀미랑은 그만하고 다가오는 이번 가을엔 한줌 씨를 정원에 혹은 베란다 큰 화분에 뿌려두는 것은 어떠 하올 런지요. 그냥 줄기를 한 뼘 정도 잘라 화분에 꽃아 놓으시면 화려한 한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현호색과에 여러 해를 살아가는 풀로서 자반내지 두자정도로까지 올라오는 용감하게 자라주는 씩씩한 야생화입니다. 연약하면서도 강한 줄기는 분백색이 도는 녹색의 색을 갖고 있고 가지와 잎이 풍성하게 자라지요. 잎 끄트머리가 타조 발 모양으로 벌어지는데 세 꼴로 갈라져서 달려있어 금방 알아 볼수가 있지요. 잎의 녹색도 참으로 싱싱해요, 그래서 용감하게 자란다고 말할 수 있었지요.

금낭화는 늦은 봄부터 여름사이에 피고 지는데요. 문헌에는 유독성 식물로 분류되어 있으나 우리 선조들은 어린잎과 새순을 채취해서 삶아 가지고 물에 담가 놨다가 나물로서 무쳐먹고는 하였지요. 약초로 대용하기 위해서는 전초를 쓰는데 잘 말려 놓은 것을 금낭이라 부르고 이용을 해 왔지요.

피를 잘 고르게 하는데 특히 작은 종기나 타박상 등에 이를 많이 이용해 왔습니다. 금낭화를 닮으려 이 이른 봄, 소녀의 볼은 볼그레 타오르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