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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금강산 여행

발행인 칼럼 | 본지 발행·편집인 박 숙 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0년. 남북관계의 굴곡 속에서도 여전히 천하명산 금강산은 명쾌하게 치 솟아있다.

시인 김영진씨는 신선이 살만한 곳이 금강산인데 금강산에서 신선을 만났단 이 아직 없고, 오르는 우리가 신선이 되는 것을 금강산에 올라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어허라, 조물주가 왜 이리 요란스러운고. 날거든 뛰지 말고, 섰거든 솟지 말지. 연꽃을 꽂은 듯, 백옥을 묶은 듯’이라고 읊었다.

최치원은 힘차게 쏟아지는 구룡폭포를 바라보며 ‘천길 흰 비단이 드리운 듯하고, 만 섬 진주알이 쏟아지는 듯하여라’고 했으며, 산수화에 뛰어나 최산수화로 불린 최북은 금강산 구룡연 경치에 취해 “천하 명인 최북은 마땅히 천하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며 구룡연에 뛰어들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금강산. 송나라의 유명한 시인 소동파는 “고려 국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탄식했을 정도로 금강산의 자태는 빼어나다.

1998년 수로 관광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 금강산 앞바다에 위치한 장전항 유람선에서 숙식하며 관광하던 때가 옛날 이야기다.

육로 관광은 2003년 시작됐다. 이제 관광객이 북측에 도착하면 숙소에 짐을 풀게 한 후 처음 유람선이 들어왔던 장전항을 보여준다. 그 앞에는 세련된 비치 콘도며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관광 초기에 남측 관광객이 북측 안내원을 귀순 공작했다는 이유로 억류돼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장전항 옆 모래사장에 해수욕장이 개장된다고 하니 격세지감에 놀랄 뿐이다.

남측 수학여행단 모습도 낯설지 않다. 여전히 금강산을 다녀오지 못한 숱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 금강산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금강산을 여행하면 북 고성군 주민들 모습이 눈에 밟힌다. 북한 차량에는 강원 넘버가 확연한데,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차려 입은 남측 관광객과 대비되는 남루한 모습으로 들녘에서 일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북측 어린이들 모습은 더욱 눈에 선하다.

북측 일반 주민들한테는 투명인간처럼 버스로만 이동하는 남측 관광객이 노출되지 않는다. 남측 어린이가 북측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이다음에 도와주고 싶단다. 장년층은 버스 창밖에 영양분이 없어 비실비실한 싹들을 보며 딱 우리나라 60년대 모습이라고 혀를 찬다. 북한 주민들이 허리 숙여 모내는 모습에 이앙기 하나만 주면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안타까와 한다.

그런데 청소년 수학여행단은 조금 다르다. 가이드가 남북이 통일 되는 것을 어찌 생각 하냐고 물으면 통일이 되는 것을 반대한단다. 우리끼리 잘살면 되는 것을 왜 못사는 북한과 통일을 하느냐는 이야기다. 어린아이의 티 없이 순수한 마음과 장년층의 따뜻한 인정 사이에 청소년의 냉정한 개인주의가 돌출 돼 있는 듯 하다.

정조대왕이 금강산을 꿈에도 가보고 싶어 했으나 궁궐 법도에 의해 정선의 금강산 그림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김삿갓이 그 광경을 보며 금강산의 물소리 바람소리는 어찌 담을 꼬 했다는 북측 안내원의 입담이 귓전에 맴돈다.

지난해 갔을 때와는 달리 쓰레기가 눈에 띤다. 금강산 관광이 유연해 지는 것은 좋지만 천하명산 금강산은 영원히 후세에 물려줘야 할 조물주의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