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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생활속 자막이 꼭 필요합니다”

2000여 농아인들 대변…비장애인들과 의사소통 창구
만남/(사)경기도농아인협회 용인시지부

   
 
“언어가 다르면 문화도 달라집니다. 생활 속 모든 것에 자막을 넣어 주세요”

“농아인들은 영화를 보거나 TV를 봐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수화를 통해 말하는 경기도농아인협회 용인시지부 이영식 지부장(이하 농아인협회).

농아인협회에서는 4명의 수화통역사를 두고 수화통역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2000여명이 넘는 농아인들을 대변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언어가 틀리면 문화도 틀리 듯 비장애인들과의 쉽지 않은 의사소통으로 이들은 하루하루 눈코뜰새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닌다.

수화 통역사 박영복(33·여)씨는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과의 대화도 직장 상사와의 대화도 불가능한 농아인들이 용인장날 같은 경우에 이곳으로 찾아와 통역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용인시의 사정상 농아인들의 복지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50~60대 농아인들은 수화를 배울 방법이 없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나마 인터넷, 핸드폰, 영상전화 등 의사전달 수단과 교통의 발달로 서울이나 수원 농아인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그저 손짓, 몸짓, 표정 이외에 자신을 표현 할 방법이 없었다. 농아인협회에는 지금도 수화를 배우지 못해 손짓과 발짓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유병권 사무장은 “용인은 아직 특수학교가 없고 정보접근성 보장이 어려워 서울과 수원 등으로 농아인들이 교육을 위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협회를 설립 후 많은 농아인들이 수화를 깨우치게 돼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소원이 있다면 50~60대 어르신들이 예전에 배우지 못한 글과 수화를 꼭 배우시고 떠나시는 것”이라고 소박한 바램을 밝힌다.
농아인협회에서는 3년째 생활 속 자막을 현실화 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 사무장은 “지난 21일 소리보기 축제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막을 안 넣은 영화를 사영한 적이 있는데 축제에 참여한 정치인들과 지역 인사들이 소리도 자막도 없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한지 체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뿐 아니라 농아안들의 취업의 문 등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낙후되어 있다”고 말했다.

소리도 자막도 없는 영화. 가까운 일본을 보면 TV에서는 물론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자국의 영화도 모두 일본어 자막이 100% 깔려 있고 우리와 달리 농아인들의 취업문이 사무실, 공무원 등 넓게 열려있다.

이런점을 감안해 농아인협회에서는 농아인들의 의사소통 뿐 아니라 취업, 문화·복지향상을 위해 한국영화 자막삽입상영 의무화 및 TV자막 100% 확대방영 그리고 1종 운전면허 제한 철폐, 참전권 확대 등을 지상과제로 농아인들의 권리확대에 힘쓰고 있다.

유 사무관은 “문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는 많지 않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개봉이 끝난 후 자막을 삽입해 재개봉하는 영화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몇안되는 영화관에서 짧은 기간을 정해 놓고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란 많은 어려움이 뒤 따른다”라며 “협회에 속해있는 회원들이 함께 상영관을 찾아 이동하기도 어렵고… 용인의 영화관에 내 개인이라도 한번 찾아가 국내영화에 자막을 삽입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

자신이 농아인이면서 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영식 지부장은 또 다른 절박한 심정을 털어 놓는다.

“용인시 인구에 비하면 2000여명이라는 농아인들이 적을 수 있으나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모여서 공부도 하고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세워졌으면 한다”며 “젊은 이들이 모여 동아리 활동도하고 나이드신분들이 모여 공부도 할 수 있는 작은 쉼터가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