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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웅담아 물럿거라! 용담이 나가신다

효성가득한 농부에게 용이 내린 자신의 ‘쓸개’
박 시영의 들꽃 이야기 / 용담

   
 
용담은 용의 쓸개를 말합니다. 곰의 쓸개를 웅담이라 하여 귀중히 여기는데 용담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작은 야생의 풀에 용의 쓸개라는 명칭을 붙여 준 것에 대해 그냥 건성으로 지나 칠 일이 아니라 한 번 쯤 이 시대의 사람들이 눈 여겨 봐야 합니다. 야생화가 다 그렇지만 특히 이 귀한 용담을 소개하는 것 자체만으로 필자는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용담은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한 자에서 두 자까지는 못 미치게 자랍니다. 꽃은 9월부터 11월말일까지는 피고 집니다. 햇빛을 너무나 좋아 해 햇빛이 있으면 마냥 싱글벙글하지요. 우리나라와 중국근처 시베리아 쪽 즉 극동지역인 우리주변에만 분포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칼잎용담, 산용담, 비로용담, 진퍼리용담, 흰그늘용담, 큰용담, 덩굴용담, 그리고 용담과 비슷한 구슬봉이라는 꽃도 있습니다. 꽃 색도 파란색, 남보라색, 연분홍색, 흰색으로 개성 껏 피지요. 우리가 부르기로는 용담초, 과남풀, 고담, 초룡단, 조선약화용담, 초동담, 백근초, 관음풀 등으로 불러왔습니다.

# 용담에 얽힌 옛날이야기
옛날 착한 농부가 편찮으신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살았습니다. 위장병으로 고생을 했다지요. 이 착한 농부는 약한 짐승들에게 까지도 선을 베풀고 살았습니다. 힘세고 거친 짐승이 약한 짐승을 잡으려하면 눈에 띄는 대로 내 쫓아 살려주곤 하였답니다. 어느 날 산으로 오른 농부의 눈에 한 쪽 숲 속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나는 것이 들렸습니다. 귀를 기울이며 다가가 보니 거기에는 토끼 한마리가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속에 있는 뿌리를 자꾸 입에 갖다 대며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착한 농부는 “너 거기서 뭐하니”하니까 “배가 아파 그래요”하며 똑같은 뿌리 앞에서만 땅을 파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엄지손가락 굵기와 길이 정도 되는 뿌리를 핥으며 와서 보라는 듯 계속 땅을 파 대는 것이 었습니다. 동면으로 잎사귀가 들어가 무슨 풀의 뿌리인 줄을 자세히 모르는 농부는 그것을 입에 대 보고 무엇인지 알아보려 했는데 입에 대자마자 그 쓴맛에 깜짝 놀랐습니다. 식물 뿌리라 하기보다는 동물의 쓸개맛 만큼이나 자지러지게 쓴 뿌리를 왜 토끼가 저리 먹으려 했을까 생각하며 그냥 그것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에 용이 나타나 “어리고 순한 동물들을 잘 보살펴주고, 병든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잘 모시니 나의 쓸개를 너에게 주마, 낮에 보았던 토끼가 바로 나인데 그 뿌리는 나의 쓸개다. 그러니 그것을 잘 다려 어머니에게 드리도록 하여라. 자 이 뿌리를 받아라”하는 것이었습니다. 농부는 질겁하여 가져온 뿌리를 잘 달여서 어머님께 드렸더니 그날로 악한 원기를 내쫓고 건강을 다시 찾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무엇이든 달게 잘 잡수시게 되였지요. 착한 농부는 크지도 길지도 않은 뿌리를 다시 캐어와 꿈 이야기를 하며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눠줬습니다. 그러더니 오래된 묵은 병도 얼마 안가서는 쾌차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된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꿈에서 본 용의 이야기를 하며 산으로 올라 그 풀을 보며 용의 쓸개라 하였으니 용담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웅담이 울고 갈 용의 쓸개 ‘용담‘
용의 쓸개라는 뜻의 용담. 사실인즉 독초가 아니면서도 매우 쓰고 성질이 차다는 것입니다. 날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엄청 쓰지요. 살짝 혀끝으로 대는 순간, 태풍처럼 몰아 닥치는 쓴맛은 입안을 얼얼하게 만듭니다.
초룡담이라고도 불리는 이 야생초의 뿌리가 곰의 쓸개라 불러도 황송해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할 텐데 웅담을 능가하는 용의쓸개 용담으로 불리니, 소개하는 저로서도 신이 절로 납니다.
용담은 우리의 일상속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약재와 식용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어린 싹과 부드러운 잎사귀는 한껏 입맛을 돋워 주지요. 우리가 쓰다고 하는 성분은 바로 침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서 장기능을 활성화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요. 위장을 회복시킨다는 뜻인데 식욕을 자극하여 밥을 잘 먹게 된다는 것이죠. 성질이 차다는 것은 우리 몸의 열을 식혀 준다는 것인데 쉽게 생각하면 고혈압에는 정말 좋겠지요. 간과 쓸개의 열을 내리는 작용이 어느 것보다 훌륭하다 하는데, 그 수반되는 잡병들을 물리 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열이 높은 것은 여하튼 끌어 내리는 찬 성질이 뿌리에 있어 그러는 거니까.
이 정도에서 눈치 빠른 독자께서는 허준 선생을 만나 보실 텐데 약성이나 활용법, 혹은 복용법이 너무 많으니 동의보감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제 용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고요, 야생화 농장에서 재배도 하거든요. 전문적으로 다른 약제들과 법제해서 성분을 배가해 드시는 것 또한 야생화에 대한 보답이구요. 뿌리를 정성스레 그늘에 잘 말려 쓰면 됩니다. 달여 드시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술에 넣어 드시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니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용담 뿌리를 말린 것이나, 생근이나 좀 성성 썰어서 질그릇 항아리에 술과 함께 넣습니다. 욕심내서 뿌리를 너무 많이 넣으면 곤란하고, 용기의 삼분지 일 정도로 하고 쓰고 차가운 성질인 관계로 흑설탕을 좀 많이 넣고 술(되도록 증류주로 내린술)로 채우면 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양주입니다. 백일만 참고 기다리십시오. 좋은 토질의 은은한 흙색갈이 시간이 갈수록 진한 황토색을 발휘하는데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백일 지나 맑은 술만 땅에 묻어 잊어버렸다가 먼 훗날 내 필요시에 쓰시면 야생초는 겸손하게 우리를 맞이할 것입니다. 자연스레 자연으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