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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빗줄기가 흐느끼며 울고 있다
울면서 진흙 속에 꽂히고 있다
아이들이 빗줄기를 피하고 있다
울면서 강물 속을 떠돌고 있다

강물은 그 울음소리를 잊었을까
총소리와 아우성소리를 잊었을까
조그만 주먹과 맨발들을 잊었을까

바람이 흐느끼며 울고 있다
울면서 강물 위를 맴돌고 있다
아이들이 바람을 따라 헤매고 있다
울면서 빗발 속을 헤매고 있다


며칠 전 6.25가 지나갔다. 남북의 긴장이 심상치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6.25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영원한 상처이고 흐느낌이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은 아주 오랜 역사 속의 상흔처럼 느껴질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가 <江>이다.
여기서 강은 역사의 흐름이며 영원한 민족의 생명력이다. 울면서 강물 속을 헤매고 있는 아이들을 어루는 강물은, 참혹한 고통과 시련을 겪어낸 유년기의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총소리와 아우성을 어찌 잊을 것이며 조그만 주먹과 맨발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비오는 날, 빗줄기를 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시의 모티브가 되기는 하지만 시인은 아이들과 강과 바람과 빗줄기의 이미지를 통해 참혹한 전쟁의 상흔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