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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道

시와풍경사이/| 감동이 있는 시 감상-⑭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 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고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띠끌 부는 세상에도 버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박두진 시인은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우는 안성이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靑山道」는 그의 초기 시의 특징인 자연에 대한 예찬이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첫 연에서 보여주고 있는 청산의 이미지는 이상과 희망에 닿고 있으며, 둘째 연에서는 자연의 의인화가 이루어져 산의 가슴에 엎드려 보고 싶은 하늘, 아득히 가버린 하늘을 그리워한다.
이 연에서 그리운 하늘과 그리운 사람은 서로 회통이 이루어져 하나가 된다.
셋째 연에서는 볼이 고운,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다림과 그리움이 더 큰 울림으로 온다. 넷째 연에 이르러 그리움은 절정에 이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오로지 그리운 사람만 그리워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