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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멜랑콜리아 | 진은영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서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


1970년 생이니 세는 나이로 이제 갓 마흔 살이 되는 진은영 시인은 멜랑콜리한 시인이다.

그녀의 멜랑콜리는 그러나 우울이나 불안, 근심이나 걱정의 정서가 아니며 건강한 삶을 망가뜨리는 광기도 아니다. 더구나 현실 도피나 행동장애와 관련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진은영 시인의 멜랑콜리는 그녀와 그녀가 인식하는 세계를 그리는 언어의 간극에서 오는 멜랑콜리이다.

<멜랑콜리아>는 ‘그’와 ‘나’ 사이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멜랑콜리를 노래한다. 그가 그린 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지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이다.

그가 그려놓은 달콤한 나는 누구의 혀끝에도 닿지 못한 불구의 여자이다. 그뿐 아니라 나 때문에 슬퍼하는 그는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물고기를 그렸다고 기억하지만 사막을 불어가는 바람으로 나를 지워준다.

그렇게 존재가 사라진 나를 그는 낙관주의자여서 바다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소통부재와 존재의 어긋남의 소외적 현상을 진은영 시인은 멜랑콜리하게 그려놓는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