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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풍경 사이 _ 김윤배

저녁 꽃밭

                                                          박 형 준

밥 짓는 여기여
살 타는 냄새가 난다

지붕에 뿌리 내린
풀꽃을 위해
풀꽃이 바라보는 풍경들 위에
막 눈을 뜬 세계를 풀어 놓았으니,

아궁이에서
일렁이는 불같이
얼굴을 적셨으니
타고 남은 재를
흙바구니에 담아
공중에 뿌려놓았으니
수만개의 별빛이
하늘과 호흡하는
너의 폐부 속으로 숨어들었으니

숨을 뱉어라
올라가서 올라가서 이제,
바람에 뒤척이는 꽃밭이 되어라


박형준 시인의 <저녁 꽃밭>은 소멸을 위한 찬가이다. 그가 <올라가서 올라가서 이제,/바람에 뒤척이는 꽃밭이 되어라>라고 노래하는 것은 이승의 꽃밭에서 하늘의 꽃밭으로 승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에서 하늘로의 전환은 죽음이라는 의식의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밥짓는 연기에서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면 이미 시인의 의식 속에는 소신 즉 육체를 불의 이미지로 치환하는 영혼 이월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붕 위에뿌리 내린 풀꽃이 바라보는 풍경 위에 놓인 저녁 하늘은 ‘아궁이에서 일렁이는 불길이/얼굴을 적’시고 ‘타고 남은 재’가 뿌려져 ‘수만개의 별빛이 돋아날 어둠이다. 그 하늘이 폐부 속으로 숨어 든 죽은 자여, 이제 숨을 뱉고 하늘로 올라가거라, 올라가서 별이 되거라라고 박형준 시인은 노래 한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