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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나도 이젠 한국 아줌마 박진주 (베트남 결혼 이민자)

“이주여성 정착에 도움 되고 싶어요”

통역사로 활동하는 베트남에서 온 진주씨
“지역사회와 이주여성들 정착에 도움이 되고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사니 너무 좋아요” “이젠 저를 ‘덤’이 아니라 박진주라고 불러 주세요.” 용인 사나이를 만나 결혼한 5년차 주부 베트남 출신 진주(26·처인구·김량장동)씨는 “요즘 한국생활이 즐겁기만하다”고 말했다.

2006년 용인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진주씨는 전화 목소리만 듣고서는 한국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어 완전 정복’에 이르기까지 진주씨는 드라마를 보며 단어를 익히고 신문을 읽는 등 어려운 한글공부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편집자 주>

■ 한국 생활 5년 7개월 차 새댁 ‘박진주’

   
그녀는 이방인에서 한국인으로 통역 일을 하고 봉사를 하며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저녁에는 ‘훌랄라 바비큐’ 아르바이트 생으로 변신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한국 생활 5년 7개월 차에 접어든 새댁 박진주<26·사진>씨를 만나 봤다.

그녀는 지난 2005년 남편을 만나 ‘박진주’라는 한국이름을 갖고 용인으로 시집올 때만 해도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한국 문화가 너무 서툴고 아는 사람도 없어 사회생활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적십자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봉사를 통해 만난 베트남 이주여성들끼리 친목모임을 갖고 1~2주에 한 번씩 만나 고향 음식도 만들어먹고 기분 전환도 할 겸 노래방을 찾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모임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데서 그치치 않고 힘을 모아 봉사활동을 다니며 독거어르신들을 찾아 목욕봉사와 집안 청소를 돕고 용인 곳곳을 찾아가며 봉사를 펼치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곧 내가 더 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지역 사회의 소속감도 느끼고 새로운 다문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립지 않냐는 물음에 진주씨는 “메신저와 미니홈피를 통해 베트남 친구들과 교류하고 시간이 될 때면 홈피를 통해 사진을 보고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며 “베트남 가족과 친구들에게 한국 이야기를 들려주면 매우 재미있어하고 한국에 오고싶어 한다”고 말했다.

   
■ “신문과 드라마는 친절한 국어 선생님”

한국어를 전혀 모르던 진주씨가 5년 만에 통역사로 활동할 만큼의 한국어 실력을 쌓게 된 것은 바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다.

베트남에서 천국의 계단을 시청했다는 진주씨는 그 드라마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 갖게 됐고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

또한 한국어실력을 심화시켜주기 위해 남편이 신문을 추천했다. 처음에는 신문이라는 매체 자체가 어려운데다 의미를 몰라 띄엄띄엄 글씨만 읽어 내려가기를 반복해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도 남편에게 의미를 물어가며 한국어 공부에서 손을 놓지는 않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의미가 전해져왔고 글을 읽는 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소식은 관심을 갖고 꼼꼼하게 읽어갔다. 또래를 만나지 못해 다소 적적했던 한국생활 초기에 신문과 드라마는 학습교재이자 정보제공지로 두 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진주씨는 “신문에 나오는 말은 글씨도 작고, 한문도 섞여있어서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다”며 “그냥 글씨만 읽는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의미도 이해하게 됐고 아는 것이 늘 때마다 기쁨도 컸다”고 말했다.

1남 1녀를 둔 진주씨는 “5살 난 아들과 4살 난 딸 둘 다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다” 며 “아이들이 한국어를 다 배우면 베트남어도 가르치고 베트남 문화도 알려줄 것”이라고 한다.

진주씨의 한국어 실력이 날로 향상되자 봉사를 하며 알게 된 친한 베트남 언니가 통역활동을 추천했다. 그 계기로 지난 해 부터 경찰서에서 베트남어 통역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인 만큼 새로 이주한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말을 깨우치기 전까지 한국어를 알려주며 의사소통을 돕는다.

경찰서 통역을 하다 보니 사건 사고도 많이 접했다. 한국인 남편과 베트남인 아내의 싸움이 폭력으로 번진 사건이었는데 그때도 나서서 서로의 속마음을 전해주며 사건 수습을 도왔다.

■ “베트남 이주민 돕는 따듯한 여성”

진주씨의 꿈은 훌륭한 통역사로 활동하며 베트남 이주민들을 돕고 성공한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고급 한국어자격증도 따고 통역사로 활동하고 싶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역사회에 보탬도 되고 새내기 이주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먼 땅 한국에 와서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고 음식이 맞지 않아 힘들었지만 새로운 것을 익히고 알아 가는 것이 재미있었다”며 “베트남인들이 그토록 닮기를 원했던 한국 아줌마가 된 게 뿌듯하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