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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어부 이종욱씨가 통발을 걷으러 물을 가른다. |
<고기리통신원 이상엽의 사진 이야기>
강의 어부들은 안녕하신가?
글 사진 이상엽/고기리통신원
4대강 공사가 마무리되지도 한참됐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공사의 후유증을 앓는다. 올 여름 대구 KBS로부터 공동 취재 의뢰를 받았다. 공사 후 낙동강의 실태를 그곳에서 고기 잡는 어부의 눈으로 살펴보자는 제안이었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속성과 지역은 대구 경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제안이다. 그래서 상주보에서 달성보까지 경북을 종으로 관통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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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어부 김홍기씨가 새벽조업을 준비한다. |
태백에서 발원해 삼강에서 본격적인 낙동강을 이루는 상주. 이곳에서 30년 째 고기 잡는 최봉식씨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 동네 어부들의 눈에 들어 평생 고기를 잡았단다. 상류로는 문경에서 달성까지 오르내리며 낙동강에서는 가장 유명한 어부가 됐다. 4대강 공사 2년 동안 쉬다가 최근에 이곳에 콘테이너 박스로 거처를 마련하고 다시 고기를 잡고 있다. “물이 많이 차서 전과는 전혀 달라졌죠. 공사 때문에 갑각류, 미생물, 수초 등이 사라져서 그걸 먹고 사는 고기도 사라졌죠. 치어가 별로 없으니 복원에는 한참 걸리겠죠?”
그를 따라 나섰다. 그의 15마력짜리 보트에 몸을 싣고 잔잔한 강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는 눈썰미가 좋아 고기가 지나다니는 길을 훤히 안다고 했다. 그가 어망을 친 곳으로 다가갔다. 자망을 걷어 올리자 커다란 젤리같은 것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큰빗이끼벌레라 불리는 것들이다. 얼마나 많은지 그물을 들어 올릴 수가 없다. 마치 그물에 물병들이 수 없이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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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놓은 그물 가득 큰빗이끼벌레들이 붙어있다. |
최씨 이야기로는 전부터 이것들은 존재했단다. 가장 가물고 유속이 없을 때 생겼다가 물이 나면 사라지고 했는데 이제는 일년내내 번성한단다. 당연하게도 이제 낙동강은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로 인해 물의 유속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통발을 들어 올리자 물고기들이 들었다. 준치들이다. 매운탕 집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맛없는 생선이다. 하긴 인간의 맛에 따라 고기가 살아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지금의 낙동강은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 전에 흔히 잡히던 쏘가리와 빠가사리는 드문드문 나올 뿐이다. 그가 한 시간쯤 돌아다니며 잡은 물고기는 한 양동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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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나가는 것은 없고 먹지 않는 준치만 가득하다. |
흘러 흘러 강 따라 어부들을 만나며 내려갔다. 어떤 이는 읍내에서 장사하다가 어부권을 사서 어즙 내리는 일에 종사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회사에서 잘나가는 사장도 했다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강으로 나왔다는 이도 있었다. 이종욱씨는 한 때 코스닥에 상장한 중소기업의 대표였고 동탑산업훈장까지 받은 잘나가는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기업도 명운이 있는지 회사가 기울면서 이직도 해봤지만 가족을 되찾는 일에 새로운 삶을 시도했단다. 그와 만난 구미보는 거대한 호수였다. 강의 너비는 이제 1킬로는 됨직하고 유속은 없어 잔잔하다. 비가 와야 물이 섞이면서 고기들이 잡히는데, 지금은 유난히 갈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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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없는 강에서 조업하는 조말술씨 내외. |
그물과 통발을 걷어보지만 그저 몇 마리만 건져 올린다. 그 물고기들을 들고 최판술 노인을 찾아갔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하다. ‘왜정’ 때부터 고기를 잡았다는 최노인은 자랑스레 고기 장부를 보여준다. 70~80년대 잡아 올리던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 이름과 수량 판매 대금이 적혀있다. 이 꼼꼼함으로 당시 낙동강의 생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고기들이 얼마나 살아가는지를 4대강 사업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어업권 보상에서 대충 노인의 연간소득 수백만으로 후려치려던 것이 이 장부 덕에 수천 만 원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업권을 물려받은 이종욱씨에게는 옛 영화가 되어버렸다. 물고기는 이제 그리 나지 않는다. 먹지 못하는 외래종 베스와 블루길만이 호수 같은 낙동강 구미보를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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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보 근처의 녹조, 물은 완전히 파랗게 질려버렸다. |
더 내려간 고령교 아래는 그야말로 새파랗다. 강이 질려버렸다. 녹조로 인해 물은 완전히 고체가 된 듯 했다. 위로 강정보가 있고 아래도 달성보가 있다. 양쪽 16킬로미터 구간은 이렇게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물이다. 여기도 고기가 사나? 놀랍게도 여기서 어업을 하는 조말술씨 부부를 만났다. 결혼 후 35년간 부부는 여기서 그물질을 했다. 한 때는 좋았다. 부부의 금슬도 물고기 수확도 좋았다. 하지만 남은 것은 한숨이다. 이제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물 걷으러 나온다고 한다. 차라리 어업권 보상해주면 털고 강을 떠나고 싶단다. 이건 강이 아니란다. 절망스런 부부의 얼굴 속에서 강의 죽음을 봤다. 유린당한 이 강에 미래는 있을까? 파인더에 들어오는 강은 멈춰있다.
이상엽
다큐멘터리사진가. 르포르타주 작가. 프레시안 기획위원.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칼럼니스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 전 전보신당 정책위부의장, 문화예술위원회 준비위원장. 다큐멘터리사진 전문 웹진 <이미지프레스> 대표. 2010년 <이상한 숲 DMZ> (갤러리 류가헌, 서울), 2013년 <변경> (갤러리 류가헌, 서울) 등 아홉차례 개인전을 했고, 2014년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시) 등에 참여했다. 2007년 <레닌이 있는 풍경> (산책자), 2011년 <흐르는 강물처럼> (레디앙), 2011년 <파미르에서 윈난까지> (현암사), 2014년 <최후의 언어> (북멘토)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