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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통신원-이상엽의 사진이야기

불과 싸우는 용감한 사내들-용인 동성유리 늙은 노동자들

고기리 통신원-이상엽의 사진이야기

불과 싸우는 용감한 사내들-용인 동성유리 늙은 노동자들


   
대롱으로 큰 유리를 부는 늙은 노동자. 30년 경력의 수련공이다. 1미터 짜리 용기도 만들 수 있다.

글쎄 뭐라고 해야 하나. 늙은 사내들의 노동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감동과 슬픔이 한번에 전해 온다. 용인 처인구에 있는 동성유리 공장.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떠나간 폐허 같았다. 그 폐허의 뒤를 돌아 들어가니 1700도 가마 안의 도가니에는 유리가 녹아 출렁인다.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나이든 숙련 노동자들이 대롱으로 유리를 분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희귀해진 유리 공장의 풍경이다.

   
동성유리 공장 전경. 전에 한창일 때는 이런 가마가 3개나 가동됐다.

한국에는 이런 수공업적인 유리 공장이 드물다. 대부분은 대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형틀에 부어 유리 용기를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롱에 유리 액체를 묻혀 풍선 부는 듯한 방법은 이제 터키나 유럽의 풍물 기행으로나 본다. 하지만 십수년전 중국의 싸구려 유리가 대량 수입되기 전까지는 꽤 있었다.

   
이음새 없는 유리용기는 아름답다.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불가마(벙커시유)로 유리를 녹이는 곳은 전국에 단 3곳. 그 머리 아프고 작업 환경이 열악한 이곳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내가 사진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라져가는 노동에 대한 애착과 그것을 부여잡고 생계를 이어가는 늙은 사내들의 불과의 싸움이 눈물겹기 때문이다.

   
작은 비커의 주둥이 마무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몫이다. 체류 기간이 짧아 기술을 배우기는 힘들다.

내가 시의 정책자라면 이런 산업에 대해 ‘특혜’를 주고싶다. 그리해 이런 노동이 우리 산업 근대기에 존재했고, 그것을 여전히 수행하는 아버지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이제 이 노동을 이어가는 청년은 없고 줄어드는 임금에도 어찌할 수 없어 사장과 함께 노동자들이 공장을 유지해 나가는 현실이 비정하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그리해 그들이 만드는 유리처럼 영롱하다.

   
▲도가니로 들어가는 유리 원료. 두 명의 노동자가 이 가마를 24시간 관리한다.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