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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건물 스스로 회춘’ 해괴한 안전진단

10년전 D등급 지금은 B등급…재단측, 졸속용역 내용 축소… 업체 두둔 ‘급급’

   
▲노후화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용인시 문예회관. 최근 엉터리 용역으로 잘못된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면서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
연이은 보육시설 관련 행사에도 불구, 안전성 문제로 논란이 이어져 온 용인문예회관 안전진단결과 보고회가 돌연 취소됐다. 보고회의 직전 용역결과가 졸속으로 진행됐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역업체 계약파기 등 대응방안을 추진 중인 시 담당부서와 달리, 용역을 발주한 문화재단 측은 졸속용역임을 알고도 보고회를 강행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특히 문화재단 측은 업체 측이 전달한 용역결과보고서를 시 문화관광과 등에 전달하며 ‘대외비’임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돼 유착의혹을 자처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재단 측은 관련 보고회 취소가 결정된 뒤에도, 관련 내용을 축소보고 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 확산추세다.

지난달 27일 시에 따르면 용인문예회관 안전진단 결과 B등급이 나왔다. 10여년 전 안전진단결과 D등급에서 두 단계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문예회관을 관리 해 온 시와 용인도시공사, 용인문화재단 등은 그동안 이렇다 할 구조보강공사를 진행한 바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 측은 외부 기술업체에 해당 내용을 다시 의뢰했고, 외부 전문가로부터 용역이 ‘엉터리’라는 답변을 들었다.

용역업체 측이 전수조사해야 하는 내벽검사과정에서 일부만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용인시와 용인문화재단은 지난 3월 문예회관 정밀 안전진단 기본계획을 수립해 4월 조달공고를 통해 안전진단 업체인 A사를 선정했다.

A사는 비파괴시험과 안전성 평가 등을 거쳐 사용에 무리가 없는 수준인 B등급 판정을 결과로 제출했다.
업체 측은 지난 1989년 준공 후 25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됐고 시멘트의 이상응결 등이 발생했지만 적절한 유지보수가 선행된다면 사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재단과 시 측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8일 결과보고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과를 사전에 검토한 시 안전관리자문위원이 용역결과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
시 보고서상에는 건물 전체에 두께 25mm의 철근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실제 현장점검 과정에서 22mm의 철근이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또 업체 측은 구조설계도가 없다는 이유로 내벽검사를 건물 내 5곳만 지정해 검사를 진행한 뒤 모든 철근의 두께를 25mm로 판단했다.

실제 문제를 지적한 용인시 안전자문위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물이력사항 조사 중 연도별 안전점검이력과 보수이력이 누락됐고, 일괄적으로 철근 두께를 25mm로 구조검토 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됐다.

또, 건물 기초부분 작용접지압에 대한 지반지지력의 적정성 유무검토가 누락되는 등 종합평가 B등급이 나올 수 없는 상태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엉터리 조사결과를 보고한다는 발상 자체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업체 측에 제대로 된 안전진단 결과를 지시했고 잘못된 용역결과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처인구 지역 유치원과 보육시설 등의 어린이 발표회와 각종 행사 등으로 연 수 만여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불안한 공연시설이 ‘안전시설’로 둔갑될 뻔 한 셈이다.

한편, 시 담당부서의 강력한 태도와는 달리 용역을 발주한 문화재단 측은 업체 측 입장을 두둔하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의 졸속 용역임이 밝혀진 뒤에도 내용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문화재단 측은 시 측의 의뢰로 용역결과가 졸속임을 지적한 외부자문위원에게 오히려 업체 측 결과보고의 신뢰성을 강조하며 반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보고회가 취소된 후에도 담당T/F팀장은 재단 본부장에게 “안전진단 측정방법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연기됐다”며 사안을 적시하지 않은 채 문서를 통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혁수 재단 대표이사 역시 외부출장을 이유로 관련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공직사회는 문예회관을 비롯해 포은아트홀과 여성회관 등 각종 공연시설을 관리하는 문화재단의 ‘안전의식’과 허술한 보고체계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김혁수 대표는 “제때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재단 담당직원이 업체 측을 두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유착의혹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