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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통신원-이상엽의 사진이야기

왕버들의 비극 - 내성천의 미래

   
▲내성천의 왕버들. 물과 만나 생태계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 있다. 주산지이다. 이 인공 저수지는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쌓기 시작하여 경종 때인 1721년에 완공되었다.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 7.8m이다.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저수지 아래의 이전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호수 주변을 정리하고, 동제를 지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아마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것은 바로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 때문이다.

   
▲내성천의 강변은 이렇게 번식하는 왕버들로 장관이었다. 지금은 모두 베어졌다.
왕버들은 호숫가나 물이 많은 곳에서 자란다. 높이는 약 20m 까지 자라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새로 나올 때 붉은빛이 돌며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주산지의 왕버들은 물에 잠겨 신비한 풍경을 연출하지만 사실 멩그로브 처럼 물 안에서는 살지 못한다. 가끔 아래 마을에서 물을 빼기 때문에 어렵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왕버들의 제대로 된 모습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작년 이맘 때 영주에 다녀왔다. 회룡포 근처에 임시 숙소를 마련해 내성천 보호를 선언한 지율스님도 만날 겸 몇몇 지인들과 물이 꽤 불은 내성천에 몸을 담그고 한참을 돌아 다녔다. 햇볕은 따갑고 물은 맑고 하늘은 청명했다. 아직 이곳까지 포크레인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주변 영주댐 건설로 어수선하다.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를 지나 예천으로 흘러가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은 1급수의 맑은 물과 넓게 전개된 백사장과 자연 습지를 안고 있는 흔치 않은 자연 하천이다. 이곳이 바로 지율스님이 이야기하는 우리 강의 원형이다.

이곳에서 왕버들 나무를 봤다.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왕버들 군락은 내성천의 또 하나 풍경이다. 물을 좋아하는 습성 탓에 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물가에 보기 좋게 앉은 모습이 왕버들의 풍류다. 하지만 올해로 끝이다. 왕버들은 모두 베어졌고 올해 말 영주댐의 담수가 시작된다. 이제 내성천은 모래 아래로 흐르는 강이 아닌 호수가 될 것이다. 그저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게 연민을 보낸다.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영주댐을 부수거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