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8 (토)

  • 맑음동두천 -3.6℃
  • 맑음강릉 -0.6℃
  • 맑음서울 -3.2℃
  • 맑음대전 -1.5℃
  • 맑음대구 0.3℃
  • 맑음울산 0.5℃
  • 광주 0.0℃
  • 맑음부산 1.7℃
  • 구름조금고창 -2.1℃
  • 제주 5.2℃
  • 맑음강화 -2.3℃
  • 구름많음보은 -2.7℃
  • 구름조금금산 -1.7℃
  • 구름조금강진군 2.6℃
  • 맑음경주시 0.9℃
  • 구름조금거제 2.7℃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세금 바치는 국민들을 괴롭히지 마라.

조선시대 여중군자로 불린 이는 단 한 사람뿐이다. 정부인 장 씨 계향으로 퇴계 선생의 후학으로 일가를 이룬 경당 장흥효 선생의 여식이다.

그의 자녀 중 한분이 소설가 이문열 선생의 선조이신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1627-1704)이다. 갈암은 광산인(光山人) 이태여(李泰汝)에게 분노에 대해 말하길 유감촉 마한봉섬(有感觸 馬悍鋒銛 한번 일어나면 말처럼 사납고 칼끝처럼 날카롭다.)이라 했다.<갈암집葛庵集懲忿箴>. 분노란 것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살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남을 화나게 해서 그 당사자가 분노로 덤비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옛 말에 마음의 말은 잃어버리기 쉽고, 감정의 수레는 몰기 어렵다(意馬易失 情車難御).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 이상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가 여간 힘들다는 말일게다.

공자시대에 노나라 소공 20년에 백성들이 가혹한 세금과 배고픔 끝에 대규모 시위를 했다. 그때 벼슬아치가 유명한 말을 한다. 정치가 관대해지면 백성은 태만해지고 태만해지면 사나움으로 이를 바로 잡아야하며 사나워지면 백성들이 잔악해 지나니 잔악해지면 관대함으로 이들에게 베풀어야한다. 관대함으로 사나움을 구제하고, 사나움으로 관대함을 구제해야 하나니 정치란 조화다.<政寬則民慢 慢則糾之以猛 猛則民殘 殘則施之以寬 寬以濟猛 猛以濟寬 政事以和 左傳昭公二十年>

말은 맞지만 정답은 아니다. 답은 딱 하나다. 백성을 분노하게 하지 마라. 어떤 이유에서든지 백성들을 절대로 분노하게 하지 말라. 백성들은 그냥 놔두면 자기 일터에서 성실하게 일해서 제식구들 밥 굶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뿐이다. 그런 착하고 순박한 백성들을 왜 자꾸만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분노하게 해서 투사로 만들어야만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분노가 답은 아니다. 화가 나면 먼저 뒷일을 생각해서라도 ‘분이사난(忿而思難)’ 화 다스리기를 산을 누르듯이 해야 한다. ‘징분최산(懲忿摧山)’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이 시위를 했다고 해서 온 정부가 개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백성을 마구 탄압한다면 우리나라가 아니라 그들의 나라 일 뿐이다. 벼슬을 하거나 정치를 하거나 국민을 다스리는 사람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국민을 아끼고 국민을 위해라. 비록 힘없고 못나보여도 그들이 낸 세금으로 당신네들이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