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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7세 아이가 쓰는 입춘첩(立春帖)

입춘(立春)은 24절기의 맏형인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해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마음을 유일하게 문자로 명토박아 써서 대문짝(문비門扉)에 붙여 다음해까지 떨어지지 않게 하여 십년을 그 위에 붙이고 또 붙인다면 귀신도 감동해서 복을 안 줄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입춘첩(立春帖)이라하는데 입춘첩은 반드시 마을이나 집안의 7세 된 아이가 당일 아침 7시에 써야 효험이 있다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에 들어서니 크게 길하고 하늘의 기운으로 땅에 경사가 많다. 입춘첩으로서는 최고의 명문으로 치는데 이유는 측성으로 시작해서 측성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높은음 즉 높은 기운이 사기(邪氣)를 누른다는 말이다.

물론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는 오언구도 있다. 똥구멍이 찢어지려해도 심줄이 걸려서 못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런 글귀까지 써서 붙여야 할 만큼의 절박했던 벼랑 끝 삶이었으랴. 문제는 7세 된 아이가 붓글씨로 입춘첩을 써서 대문에 붙일 정도면 거필삼년득체미(擧筆三年得逮味 붓을 든 지 삼년이라야 붓 맛을 알고)이라야 해서십년고일시(楷書十年顧一視십년을 써야 겨우 한번 봐줄만하다)라 했거늘 그만큼 붓글씨 배우느라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꼭 일반 매끄러운 하얀 종이가 아닌 한지에 일반 붓글씨 쓸 때와 달리 뒷면인 거꾸로 바닥면 껄끄러운 부분에 <손바닥으로 미세하게 문질러보면 한지는 앞 뒤 면이 느껴짐> 쓰는데 이는 복이 미끄러지지 말라는 의미이다.

네 글자씩 두 줄 모두 여덟 자로 양쪽에 나눠 팔자로 붙이는 이유는 칠세가 쓴 글을 팔자로 붙인다하여 칠서팔착(七書八着)이라하는데 삼(세)을 해제지동(孩提之童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 칠(세)은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예(禮)를 아는 나이라 했고, 팔은 송나라 때 관상학(觀相學) 마의상법(麻衣相法) 왈, 천여지복(天與之福 하늘이 주는 복)이라 했다. 그리고 입춘일 3일 전후로 비가 오면 그 물을 받아 술을 담그면 입춘수(立春水)로 담근 입춘주(立春酒)가 되고, 혼사주(합환주)로 쓰면 귀한 자녀를 얻으며, 입춘일로 100일 전부터 이슬을 받아 모아서 입춘일에 조청(秋露<造>淸)을 고아먹으면 이게 또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