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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국민은 여전히 문밖에서 슬피 울겠지

한비자는 한(韓)나라 왕의 측실 소생이다. 본래 첩 자식들이 본처 소생보다 똑똑한 경우가 역사에는 종종 있다. 일찌감치 왕이 될 수 없음을 안 그는 제나라에 있는 순자(荀子)에게서 사사를 한다. 동기가 이사(李斯)다.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은 한비의 법가사상을 체계화 시키는데 최적의 밑거름이 된다. 한비자가 본 세상은 도덕이나 예 따위로 구원될 엄마 품처럼 포근하지 않다. 무질서 속에서 간간이 질서만 통할 뿐 질서 속에서는 오히려 무질서가 횡횡 했다. 나라와 나라는 전쟁으로 이어졌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더 이상 믿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의 덕을 숭상하는 왕도정치는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패도정치에 백기투항 그 정점이 진나라 시황제 영이다. 한비자는 스승의 반대를 무릎 쓰고 쪽 복음 형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써내려갔다. 한비자가 무작위로 써내려간 쪽 복음은 겉으로는 윤리도덕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패도를 꿈꾸는 군주들의 손에 강호비기(江湖秘機)로 숨겨두고 읽는 필독서가 된다.

우연한 날에 진(秦)나라 시황제는 한비자가 쓴 쪽 복음 고분(孤憤)과 오두(五蠹) 두 편을 접해 읽은 후 왈, 과인이 이 글을 쓴 사람을 만나 사귈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 이에 이사(李斯) 왈, 이는 한비(韓非)의 글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진나라 시황제는 서둘러 한비자의 나라 한(韓)나라를 친다<司馬遷史記老子韓非列傳>. 결국 한비자는 동문 이사와 요가(姚賈)에 의해 이사의 집 사설 감옥에서 죽임을 당한다. 한비자의 죽음에 사마천은 이렇게 조문한다. 나는 한비가 유세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썼음에도 자신은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슬퍼한다. 사마천이 말한 유세의 어려움이란 한비자 세난편의 유세를 말함인데 자신의 지식으로 남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아니고 세치의 혓바닥으로 자신의 뜻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말도 아니다. 이는 군주의 마음이 아닌 백성의 마음을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은 4월13일에 있을 국회의원선거에 지키지도 못할 공약만 잔뜩 뱉은 상태다. 누군가는 당선은 되겠지만 국민은 여전히 춥고 배고플 것이다. 힘없는 국민들은 문밖에서 슬피 울며 이를 갈면서 “내가낸 세금이 또 저렇게…”라며 지켜볼 뿐이다. 당부하노니 4년 임기를 마치는 날 재산이 몇 배 늘어서 나가는 일 만 없으면 ‘아이고 할애비’ 하며 감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