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평보건진료소 이혜정 소장 |
이혜정 소장 남다른 열정 '장평건강대학' 탄생
팔팔한 노년 위해 재밌고 유익한 프로그램 중
“보건소에서 주민들과 가장 많이 접하는 리 단위 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한지가 어느덧 31년이네요. 진료소에 앉아서 기다리면 환자가 찾아오지요. 하지만 참을성이 강한 시골 어르신들은 웬만큼 아파서는 방문을 미루기만 해요. 아파서 찾아오는 주민들도 젊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나가야했어요. 가정이건 경로당이건 어르신들이 계실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친근함을 표하다 보면 어르신들의 방문도 임의로워 집니다. 이것이 31년 근무하는 동안 제가 깨달은 것입니다.”
▲ 장평보건진료소 건물 |
완도에서 3년, 고흥에서 3년, 여주에서 9년이라는 기간을 보건진료소 경험 쌓는데 전력했다. 드디어 처인구 남사면 아곡리 보건진료소를 시작으로 용인생활이 시작됐다.
그간의 경험인가? 아곡리 보건진료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가 맨 처음 느낀 것은 진료소 문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우선 문턱을 낮췄다. 마을 주민, 특히 어르신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낮춘 문턱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그 후 12년, 지금은 동네 사랑방인지 보건진료손지 모를 정도로 손님이 북적인다.
지금부터 4년 전, 장평보건진료소로 발령이 났다. 장평경로당을 곁에 품은 건물이다. 일반적으로 진료소에서 진행하는 하루 일과로 오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의 이상 등 1차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관리를 맡은 15개 마을의 가정과 경로당을 다니며 보건교육과 함께 검사 실시로 새로운 당뇨, 고혈압이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해 치료를 권한다. 가끔 건강 상담을 하다보면 초기 치매환자도 발견해 도움을 준다.
▲ 장평건강대학 개강하는 날 모두 모여 축하했다 |
▲ 경로당 곳곳을 사진으로 도배하고 어르신들을 즐겁게 했다 |
▲ 노인체조 강의와 실습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
총무를 맡은 이 소장은 어르신들이 즐겁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장평건강대학’을 신설키로 결정하고 대한노인회 소속인 백암노인분회 이종원 분회장과 면담했고 흔쾌히 허락받아 매주 화요일 진행키로 세부계획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첫해인 지난해 3월 24일 입학식에 37명 어르신이 참여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 뇌졸중, 치매교육 및 운동, 치매검사, 노인의 성, 메르스 및 천식교육, 동맥경화증, 에이즈, 폭염, 복지관에서 즐겁기, 보건소 잘 이용하는 법 등 1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갔다. 2학기를 맞아 유행성인플루엔자, 치매예방운동, 고혈압관리, 가을에는 디스토마와 쯔쯔가무시, 유행성출혈열 등 철에 맞는 질병교육이 이어졌고 대상포진, 결핵, 바이러스, 잇몸 및 틀니관리, 백세시대의 근육 등 매주 다른 종목을 연구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연인원 557명의 어르신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억지로 참여하는 어르신은 없다. 오히려 재미있다고 소문을 내니 그들의 입소문으로 광고를 대신할 정도다. 또 한 가지는 백암노인분회 이종원 분회장의 배려로 경로당에 지급되는 경비 중 일부를 이용해 교육이 있는 날엔 짜장면을 점심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교육을 마친 어르신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면 늦은 점심을 드시는 수밖에 없다”며 “경비를 이용해 짜장면을 대접하니 어르신들이 얼마나 반기는지 진작 즐겁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 조비산 밑자락 걷기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활짝핀 꽃과 어우러졌다 |
▲ 우리도 건강해질거야! 남성 어르신들도 체조에 열중하고 있다 |
어르신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이 소장의 활동과 명 강의 모습을 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아 덕분에 이 소장을 행복하게 한다.
이 소장은 “진료소 주인은 주민이고 진료소는 주민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진료소장은 진료소를 운영하고 주민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이종원 분회장을 비롯한 백암면 이장, 공무원, 주민들 모두의 도움이 있기에 활력을 느낀다”며 “행복이 멀리 있는 것만이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