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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시종의 눈에는 영웅이 보이지 않는다.

기원전 517년 35세의 공자는 주나라의 70대의 주하사<柱下史주나라 황실 도서관장> 노담(老聃)노자를 찾아가 저 유명한 문예노담(問禮老聃) 노자에게 예를 묻다. 공자문예어노자, 사마천 사기세가 공자가어(孔子問禮於老子,司馬遷 史記世家 孔子家語)의 고사를 낳는다.

이와 비슷한 일이 조선 유사(儒史)에도 있는데 1558년 무오(戊午)년의 봄. 무오는 육십간지 중 55번째로 무(戊)는 황(黃)이므로 황마(黃馬)의 해 이다. 23세의 청년 율곡은 처가인 성주에서 외가 강릉으로 가는 길에 예안 <안동>에 물러나 계상서당 훈도(訓導), 즉 훈장으로 있는 58세의 퇴옹 <퇴계이황>을 찾아가 학문을 묻는다. 퇴옹은 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며 압객의 예를 다해서 버선발로 맞이한다. 이에 율곡은 사숙제자임에도 집지(執摯)의 예로 답한다. 마침 봄비를 핑계로 퇴옹은 율곡을 주저 앉히고 2박3일, 사흘을 머물면서 도담을 나눈다.

율곡은 떠나면서 시 한수를 남기는데 오언율시로 압운은 산간란한(山·間·瀾·閒). 과예안알퇴계이선생(過禮安謁退溪李先生-예안을 지나며 퇴계선생을 찾아뵙다)/ 계분수사파(溪分洙泗派-냇물은 수수와 사수에서 갈라져 나왔고)/ 봉수무이산(峯秀武夷山-높은 봉우리는 무이 산에서 빼어났네)/ 활계경천권(活計經千卷-천권이나 되는 경전으로 삶의 계책을 삼았건만)/ 행장옥수간(行裝屋數間- 갖춘 살림살이라고는 두어 칸 집뿐이구나)/ 금회개제월(襟懷開霽月-흉금을 터니 가슴 속은 훤히 개인 달 같고)/ 담소지광란(談笑止狂瀾-담소를 나누니 거친 물결도 그치는 구나)/ 소자구문도(小子求聞道-소자가 뵈오러 온 것은 도를 얻고자 함이지)/ 비투반일한(非偸半日閒-한나절을 한가롭게 허비하려함이 아니외다).

위의 시에 대하여 퇴계는 오언시를 7언 시로 받아 압운을(押韻)을 신신신친(神·身·新·親)을 운자삼아 즉석에서 증 이 숙헌(贈李叔獻)에게 라는 제목의 시로 답한다. 숙헌(叔獻)은 이모(李某)의 자(字)이며 율곡(栗谷)은 아호다.

돌아가는 길에 그들의 대화를 첫날부터 모두 들었던 시종이 묻는다. 들어보니 별것도 없던데요. 말이래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평범한 말뿐이고요. 그렇다. 큰사람은 요란하지 않고 찬란하지도 않지. 그러자 시종이 또 왈,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율곡이 크게 웃으며 왈, 저분이 훌륭한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