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는 순간 노예다.
천지만물 모든 것은 다 변한다. 그럼에도 천지 창조이래 변하지 않는 게 딱 한 가지 있다. 빚이다. 빚은 심장을 파내서라도 기어이 갚아야만 끝나는 것이다. 안 갚을 권리나 못 갚을 의무 같은 달달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빚지고 배 째라 식의 막무가내도 있고, 여타의 법률적 신고제도도 있다. 거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
쉽게 말해서 세상에 빚지고 안 갚아도 된다는 그런 법은 없다는 말이다. 사도 바울은 사랑의 빚 외에는 누구에게든 아무 빚도 지지 말라 했다. 빚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을 아버지로 뒀다고 해서 빚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말함이다. 그녀는 세상물정 모를 나이인 어려서는 아버지를 대통령으로 뒀고, 이제 세상 인심을 알만한 나이가 되자 언니를 대통령으로 뒀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8억이라는 거금의 빚에 쪼들린다는 보도가 떴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사실 8억이라는 돈은 서민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지만 그들의 나라에서는 종이 몇 장은커녕 기억도 안나는 숫자다. 더군다나 언니가 현직 대통령인데 그깟(?) 8억 때문에 하나뿐인 여동생을 천하에 조롱거리로 만드나.
수양버들 그늘이 관동 팔 백리를 가더라고 아버지의 그늘은 태산 같은 거다. 그런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 비록 언니가 대통령 아니라 그보다 더한 자리에 있다 할 찌라도 동생의 처지를 돌아보기는 어렵다. 왜냐, 형제자매는 피를 나눠가진 것이지 내피가 그 속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게 부모와 언니의 차이다. 일찍이 박근혜 대통령은 어려서는 아버지의 그늘아래서 순자, 한비 관련 서적을 읽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명심보감을 좌우서로 놓고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다한다.
명심보감 치가(治家)편에는 가화는 만사가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한때 제왕적 대통령으로 살다가 죽어간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당신의 딸이 고작 8억 때문에 매일 낮밤으로 빚쟁이에게 시달려 전화벨소리만 울려도 경기를 하며 철렁 내려앉는 가슴을 쓸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예전엔 그야말로 상상도 못하던 일인데 천하의 대통령 딸이 저런 일을 당하다니. 잊지 마라, 빚지는 순간 노예다. 속지마라 착한 빚은 절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