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으로부터 30년
정치학에서 체제론은 한 국가의 정치적인 상태나 정체를 이야기한다. 대충 이 체제는 30년을 주기로 변동을 한다고 보는데, 우리는 올해가 바로 그 체제의 변동기다. 체육관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대통령을 뽑던 5공화국을 무너뜨린 것이 1987년 6월 항쟁이었다. 그로인해 6공화국이 탄생했고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 시기를 87년 체제라 불렀고, 총 6명의 대통령이 선출됐다. 보수에서 4명, 진보에서 2명이다. 대통령과 정권의 성향에 상관없이 6공화국의 헌법은 작동했지만 이번 박근혜 정권은 달랐다. 헌법을 무시했던 것이다. 최순실 농단은 단지 권력 농단과 부패 뿐 아니라 헌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태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체제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서는 87년 고문으로 죽은 고 박종철 열사의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전두환 정권의 파렴치함은 국민들의 분노와 거대한 저항을 일으켰다. 물론 그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었겠으나, 그 모순의 폭발을 일으킨 도화선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대학 2학년생이었고 그 격랑의 변동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30년이 흘러 50의 중년이 됐다. 그 날을 회상하니, 오늘의 이 사회가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수 많은 외형이 변했으되 그 본질이 바뀐 것 같지 않은 사회.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사회. 그런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세우는데 우린 늘 미완이었다. 그리해 오늘 다시 고민한다. 이번에도 여전히 미완이어야 하나?
사진 글 이상엽 /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