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하나, 동영상을 찍어야하나?
사진과 동영상의 결합
오래전 중국 서남부의 윈난성에 취재한 일이 있다. 모방송국이 다큐멘터리 채널을 개국하면서 개국 특집으로 윈난을 3부작으로 다룬다기에 리포터겸 자문으로 참여한 것이다. 물론 사진도 찍어야 했다. 동영상 안에 사진도 함께 편집하는 색다른 방식을 사용할 생각이란다. 함께 25일 동안 보이차로 유명한 윈난 최남단 시솽반나에서 최북단 메리설산까지 캠코더와 카메라가 함께 돌아갔다. 물론 이제 필름이 도는 것이 아니라 시모스(CMOS)가 이미지를 잡아내는 것이니 포착이라 해야 할 듯하다. 하여간 우리는 함께 다녔지만 캠코더와 카메라는 따로 놀았다. 즉 대상을 표현하고자하는 방식이 달랐다. 왜 동영상과 사진은 같은 이미지를 기록하려하면서도 서로 다른 표현법을 고수하는 것일까? 왜 한쪽이 한쪽을 대체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 눈이 보는 이미지를 가장 가깝게 복사해내는 것은 사진이다. 1839년 다게르에 의해 공식 발명이 선포된 후로 사진은 사물을 보는 방법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다. 회화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인간 눈의 잔상효과를 노려 24장의 연속사진을 보여주는 영화의 발명은 더욱 큰 이미지의 혁신을 가져왔다. 1895년 뤼미에르형제에 의해 발명된 영화는 사진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것은 정지된 이미지가가 아닌 인간의 삶처럼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영화의 발명으로 사진이 위기를 겪었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당시 영화와 사진은 경쟁 관계가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 초대형 영화가 제작될 무렵에도 1000만부의 라이프지는 건재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 둘은 제작에서 유통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고 속보성에서는 사진이 좀 더 빨랐다. 그런데 1931년 TV가 발명되면서 점차 동영상과 사진은 경쟁관계에 들어간다. 세계2차 대전과 한국전쟁까지는 TV의 보급이 한정되어 극장에서 전쟁속보를 봤지만 베트남전은 이제 지구 저편의 이야기를 안방까지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전달했다. 사진은 위기를 맞았다. 이제 동영상에 비해 사진이 갖고 있었던 속보의 장점은 상실했다.
하지만 사진은 이런 위기를 예술성으로 극복했다. 정지된 이미지가 전달하는 묘한 아름다움은 네러티브를 쫓아야하는 동영상과 차별성을 획득했다. 70년대 이후 미국의 현대미술관들은 사진을 자주 전시하기 시작했다. 회화를 대체하는 동시에 동영상과도 차별을 노렸다. 그리고 사진은 예술품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보급은 동영상도 사진도 특정인에 의해 제작되는 시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묶인 인터넷의 등장은 일반인에 의해 제작된 사진과 동영상을 무한정 공급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에는 디지털기기의 광범한 보급에 힘입은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직업적으로 이미지를 만들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경쟁관계에 있던 동영상과 사진을 한데 결합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최근 캠코더는 사진을 찍고 카메라는 동영상을 찍는다. 이런 결합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욕망을 읽은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사진과 동영상이 훌륭하게 결합된 영상물을 찾기 힘들다. 어느 한쪽이 중심이고 한쪽이 보조물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함께한 윈난 다큐 역시 사진이 보조물이다. 하지만 내러티브를 이끄는 동영상과 감성과 임팩트를 지닌 사진이 멋지게 결합하는 영상물이 조만간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예술을 추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