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있는 자를 꼭 임용하려면
전한 말(前漢 末) 유향(劉向)은 저자거리에 떠도는 가담항어(街談巷語)를 추려서 3부작으로 집대성하는데 설원(說苑)20권, 신서新序10권, 열녀전(列女傳)8권을 삼부서(三部書)라 했다.
그중에 신서(新序) 잡사편(雜事篇)에 제환공과 맥구읍에 사는 노인과의 대화가 나온다. 제 환공이 사냥을 갔다가 맥구(麥丘)라는 작은 마을에 이르러 범상치 않은 백발의 노인을 보더니 수레를 멈추고 노인의 나이를 묻자, 노인은 무심히 여든셋이라 답한다. 제환공은 그 노인에게 장수의 복을 타고났다며 나도 그대와 같이 멋지게 늙을 수 있도록 축복을 빌어 달라 하니 노인 왈, 재물을 천히 여기고 사람을 귀히 여기소서. 참으로 좋은 말씀이오. 한 말씀 더 부탁드립니다. 노인 왈,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 마시고 간언하는 신하를 곁에 두소서.”
“아하. 그렇군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한 말씀 더 해 주십시오.” 노인 왈, “왕께서는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죄짓지 않는 군주 되소서.” 이 말을 듣자 제환공은 뜨아해 하며 묻는다. “자식이 아비한테 죄짓고 신하가 임금께 죄짓는다는 말은 있어도 임금이 아랫사람에게 죄짓는다는 말은 듣자니 처음이오.”
노인 왈, “행실이 바른 자식이 아비한테 죄를 짓는다면 그것은 필시 가까운 이웃들이 헐뜯어서 그럴 것이니 나중에 사실을 알면 오해가 풀릴 것이고, 바른 신하가 군주에게 죄를 짓는다면 그것은 주변의 그릇된 신하들의 모함 때문이니 시간이 가면 이 또한 오해가 풀릴 일이지요. 그런데 옛날 걸왕은 탕왕에게 주살당하고 주왕은 무왕에게 주살당한 것이 임금이 신하에게 죄를 지은 것이지요. 이것은 지금까지 용서받지도 못했고, 그 몸이 신원되지도 못했지요.”
이에 환공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옆에 있는 관중을 보니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이 노인을 맥구읍인(麥丘邑人)의 장(長)으로 세웠다.
중원의 패자 제나라 환공의 용인술은 실로 가공할만하다. 일개 현령인 고을 읍장을 단 세 마디 나눠본 뒤 임명을 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용인술은 재상인 관중을 뽑을 때도 전광석화같이 발휘됐다.
당시 관중은 제 환공이 공자 시절 제 환공 살인 미수죄로 감옥에 있었다. 그를 추천한 인물이 포숙아. 자기를 죽이려고 활을 쏘아 맞췄던 관중을 재상으로 임명한 것이다. 진효공 영거량을 도와 천하를 거머쥔 법가 상앙이 말한다.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자를 꼭 그 자리에 앉혀야 한다면 군주는 자신의 직위를 걸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