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은 재능의 주인이고, 재능은 인격의 종이다
인격은 재능의 주인이고(덕자재지노德者才之主), 재능은 인격의 종이다(재자덕지노才者德之奴). 재능은 있으나 인격이 없다면(유재무덕有才無德), 주인 없이 종이 제멋대로 하는 것이니(여가무주이노용사의如家無主而奴用事矣),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으랴(기하불망량이창광幾何不魍魎而猖狂. 前集139).
흔히 덕이라 불리는 인격은 사람의 성품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곤 한다. 문제는 재능이 인격을 넘어설 때다. 고래로 우리의 기본 정서는 인격 즉 덕을 바탕으로 한다. 쉽게 말해서 사람 됨됨이를 우선으로 한다는 말이다. 이 됨됨이에는 예와 도와 법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예는 도의 향이며, 법은 도의 옷이라, 도가 없으면 예도 법도 없다. 이문열이 금시조에서 석담의 입을 통해서 한말이다. 덕과 재능은 둘 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나 굳이 경중을 따진다면 덕이 재주보다 묵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덕은 적고 재주만 놀랍다면 이는 재승덕박(才勝德薄)이라 하거니와 종국에는 사문난적에 이르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도덕이 결여된 재주는 위험하다. 약자에게 횡포가 될 수 있고 강자에겐 아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횡포가 극에 달하면 통제를 잃게 되고 통제를 잃으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망각하게 된다. 우세남(虞世南). 구양순(歐陽詢). 저수량(褚遂良). 이들은 당나라 초기의 3대 서예가로 명성이 가히 명불허전이다. 그중 특히 우세남은 왕희지의 필법을 이어받은 해서(楷書) 1인자다. 당태종 이세민은 우세남을 다섯 가지 면에서 뛰어난 점이 있다 한다. 덕행(德行), 충직(忠直), 박학(博學), 문사(文詞), 서한(書翰)이다. 여기서 당태종은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덕행을 1순위에 놨다. 구양순(歐陽詢)과 저수량(褚遂良) 또한 붓을 들기에 앞서 경사(經史)에 뜻을 두었고, 문사(文詞)로 자신을 탁마(琢磨)했다. 비인부전(非人不傳)의 허명을 두려워함이다.
인간성 함양에서 재주는 선택일수 있지만 덕은 필수다. 무조건 달린다고 해서 모두 천리마가 되는 것은 아니
다. 그 이름에 준하는 덕이 있어야 한다(驥不稱其力 稱其德也. 論語憲問14-35). 이를 주자는 집주(集註)에서 윤씨(尹氏)의 입을 빌어 말한다. 천리마의 이름값은 힘이 아니라 덕에 있다. 사람이 재주만 있고 덕이 없는데도 존경받는다면 이는 족히 곤란을 당한다했다(驥不稱其力 稱其德也 人有才而無德 則亦奚足尙哉).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말한다. 정치가는 덕 없이 능력만으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상습강간범으로 전락한 어느 잠룡의 몰락을 보면서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옛말을 또 한 번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