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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햇 빛ㅣ유이우

햇 빛

              유이우

 

모두 다 손을 잡고

뛰어내렸다

 

얼굴 가득히

고개가 아픈 옥상

 

호시절이 저 멀리 기차처럼 지나가고

 

청바지 같은 하늘 속으로

기적이 걸어나가지 않아도

 

산책이 많은 몸이었습니다

 

도착할 거라 믿었던 발도 없이

우리들은 늘 세상 속이었고

 

커지며 사라지며

세상을

고요하게

 

살아내기 시작했다

 

유이우 시인의 첫 시집내가 정말이라면은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그녀의 시는 다르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 다른 것이 이 시인의 매력이다. 그녀의 시에는 시론의 어느 덕목도 숨어 있지 않다. 시론의 낡은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한 시, 기존의 시집과는 다른 곳에 놓여지기를 꿈꾸는 시가 그녀의 시세계다. 제목을 향해서 시문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녀의 시는 서로 엇나가는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이미지와 이미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메시지가 형성되게 마련인데 그녀의 시에는 그러한 운동성이 없다. 어디에서 감동을 건져 올려 신문지면을 채울지가 문제다.햇빛은 그나마 작은 감동이라도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린 날의 기억은 옥상에 머문다. 내려다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옥상에서는 저 멀리 호시절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그 시절, 하늘은 청바지처럼 진한 코발트빛이었을 것이다, 그 하늘로 기차의 기적이 걸어나가지 않아도 어린 날은 유독 산책이 많은 몸이었을 것이다. 그 만큼 유년은 병약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거라는 믿음도 없이 늘 세상 속에서 힘겨웠던 날들이었을 화자는 꿈이 커지며, 꿈이 사라지며 세상을 고요하게 살아냈을 것이다. 시집내가 정말이라면에서. 김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