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랑의 시
파블로 네루다
여인의 몸, 하얀 구릉, 하얀 허벅지.
너를 내어주는 모습은 꼭 이 세상을 닮았구나.
우악스런 농사꾼인 내 몸뚱이는 너를 파헤쳐
대지의 밀밭에서 아들놈이 튀어나오게 한다
터널처럼 난 홀로였다. 새들은 도망첬으며
밤은 엄청난 계략으로 나를 침범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난 너로부터 떠났다 무기처럼.
내 활시위에 메워진 화살처럼, 내 투석기의 돌멩이처럼.
하지만 복수의 시간은 다가왔다, 넌 나를 사랑하고 있다.
가죽의, 이끼의, 갈증나는 단단한 젖의 몸.
아, 젖가슴 사발! 넋이 나간 눈동자!
음부의 장미들! 네 슬프고 느릿한 음성!
내 연인의 몸이여, 난 네가 상냥하길 고집하리라.
나의 목마름, 끝없는 번민, 막막한 행로여!
영원한 목마름, 어두운 수로들,
끊임없는 피로, 가없는 고통이여.
스페인의 시인 로르카는 네루다를‘철학보다 죽음에 더 가깝고, 지성보다 고통에 더 가까우며, 잉크보다 피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네루다는 칠레 공산당 입당 이후 박수갈채와 가시밭길의 삶을 걸었던 시인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의 첫 번째 사랑의 시는, 열 여섯 살에 만난 테레사와 열 일곱 살에 만나 친구 누나 알베르티나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시다. 약관, 스무 살에 펴낸 위의 시집으로 그는 유명해진다.‘아, 젖가슴의 사발! 넋이 나간 눈동자!/음부의 장미들! 슬프고 느릿한 음성! 막막한 행로여!’에 놓져진 느낌표는 젊은 날의 격정의 상징이다.‘여인의 하얀 몸, 하얀 구릉, 하얀 허벅지’는 또 얼마나 육감적이고 에로틱 한가. 그의 목마름과 끝없는 번민과 막막한 행로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가없는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아름답고 황홀한 여인의 육체와 시인의 욕망이 뜨겁게 호응하고 있는 이 시는 사랑, 그 아프고 고통스런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체의 녹색 노트』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