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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쾰른성당-곡두8ㅣ김민정

쾰른성당-곡두8

                            김민정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사서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켜고

우리 둘을 모두 속에 섞어놨어.

모두가 우리를 몰라.

신은 우리를 알까.

우리 둘은 우리 둘을 알까.

모두가 우리가 우리인줄 알겠지.

우리 둘도 우리가 우리 둘인 줄만 알겠지.

양심껏 2유로만 넣었어.

 

김민정은 1999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아름답고 쓸모 없기를』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녀는 최고의 편집인으로 평가 받는다. <문학동네>의 시집은 거의 그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문학동네> 자회사인 <난다>의 대표다. <난다>의 책들도 그녀의 작품이다.

 

도발적인 이름의 이번 시집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그녀 가까이 있던 문인들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으로 드는 문은 작은데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삶의 문은 넓다는 의미고, 죽음으로 우리들이 헤어지는 중이라는 뜻이다.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다소 에로틱하게 읽혔던 시집 제목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다. 그녀가 왜 곡두라는 부제를 붙였을까. 곡두는 눈앞에 없는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이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어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무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시집은 그녀가 사흘 동안 신들린듯 써내려간, 죽은 자들에 바치는 헌시다.

 

퀼른성당은 독일 북부 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다. 1248년부터 건축을 시작해서 1880년에 완공된 대성당이다. 건축 기간이 무려 632년이나 걸렸다. 종교적인 건축물이 아니라면 수많은 설계변경으로 건물의 시작과 끝이 달라졌을 터인데 일관되게 처음의 설계를 따랐다.

 

시적 화자는 이런 퀼른성당의 내력을 알고 성당 안으로 들었을 것이다. 독일의 대성당에는 그녀 혼자 들어갔을 것이다. 아니다.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문단 선배이며 언니라고 부르던 독일 거주 여류시인이며 소설가인 ‘수경’의 영혼과 함께였을 것이다.「수경의 점 점 점」에서 ‘언니는 왜 내게 슬픔을 온몸으로 입어라 해서 이렇게 날 슬프게 할까’라고 노래한 것으로 보아 그녀와 수경의 이름으로 초를 사고 촛불을 밝혔을 것이다. 그리고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기원하는 모든 사람들 속에 그녀가 섞여들었고, 이방인들은 그녀를 알 수 없었을 것이지만 기원이라는 행위로 모두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둘도 우리가 우리 둘인 줄만 알겠지’라고 자조하지만 결코 둘만의 둘은 아닌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행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