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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레파도미솔ㅣ김승일

레파도미솔

                          김승일

 

검지를 접었다 펴고 약지를 접었다 펴고 엄지를 접었다 펴고 중지를 접었다 펴고 새끼를 접었다 폈다

 

오각별을 상상하면서

 

오각별이 사라지면서 다시 그리고 오각별이 사라져서 다시 그렸다 오각별을 그린 그날부터다

 

뒤집힌

 

오각별은 염소의 머리와 시 나는 가끔 그렇게도 그렸는데 솔미도파레 그게 그런 뜻인 줄은 몰랐다

 

레파도미솔

 

김승일은 2009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2012년에 상자한『에듀케에선』이후 7년만이다. 문지시집 표사는 대개 시인 자신의 글이다. 김승일은 표사에서 ‘.....이 책은 완벽하다는 말 외는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며, 정말로 감동적이다. 완벽한 작은 보석과 같은 작품. 아름답다.’고 쓰고 있다. 정말 더 많은 독자들이 읽어야 할 놀라운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패기가 놀랍다. 자신감인지 역설인지 혹은 나르시시즘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암튼 재미있다. 그의 이번 시집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별, 연령, 국적, 거주 행성 등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가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기계를 시적 화자로 등장시켜 기계들의 규칙이 어떤 알레고리를 만들어 내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다.

 

「레파도미솔」은 사타니즘의 시편이다. 첫 연의 손가락 유희는 오각별을 상상하면서 하는 유희다. 오각별 유희는 꽤 여러 날 지속되었든 듯싶다. 상상속의 오각별이 사라지면 다시 그리고 사라지면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는 유희는 주술적 행위와 다름 아니다. 주술이 아니라면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뒤집힌’이다. 오각별을 그린 첫날부터 오각별은 뒤집힌 것이다. 뒤집힌 오각별은 사탄의 언어다. 오각별은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이를 뒤집으면 역오각성이라하여 사악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레파도미솔’를 뒤집으면 ‘솔미도파레’가 된다. 오각별을 뒤집는 유희를 하면서도 그게 사타니즘의 사악함인줄 몰랐던 것이다. 놀라서 다시 처음의 오각별로 바로 놓는 것이 ‘레파도미솔’이다. 문학과지성사 간행 『여기까지 인용하세요』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