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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당신들!ㅣ블라지미르 마야꼬프스키/석영중 옮김

당신들!

                 블라지미르 마야꼬프스키/석영중 옮김

 

날이면 날마다 주연에 빠져 사는 당신들

따뜻한 화장실과 욕실을 소유한 당신들!

신문의 칼럼에 난 성 게오르기 훈장의 수훈자들,

그걸 읽으며 부끄럽지도 않은가?!

 

창자 채울 일만 생각하는 당신들

무능한 오합지졸, 당신들은 아는가?

지금 이 순간 육군 중위 빼뜨로프의

두 다리가 폭탄에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처형장에 끌려온 피투성이 군인이

당신들을 보았더라면!

컷틀릿의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입술로

세베랴닌의 음탕한 시나 읊조리는 당신들을.

 

주색에 빠진 당신들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치라고?!

차라리 선술집 창녀에게

파인애플 주스를 바치련다

 

블라지미르 마야꼬프스키(1893-1930)는 그루지아 꾸따이스 근처의 바그다지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사망하고 나서 온 가족이 모스끄바로 이주해 상업미술학교 예비반에 입학한다. 이 무렵 볼셰비키 파에 가담해서 학생의 신분으로 세 번의 체포와 구금을 당한다. 그는 1910년대의 러시아 미래주의 혁명예술의 중심인물이 된다. 그리고 볼셰비키혁명 이후 러시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1930년 4월 14일,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당신들!」은 그의 혁명적 기질과 사회적 시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은유나 상징을 배제한 직설적인 표현이어서 독해의 어려움은 없다. 당대의 짜르 편향의 사회적 지도자들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삶과 타락한 일상과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시다.

훈장의 수훈자들 기사를 읽으며 희희낙락하는 당신들, 이 순간 육군 중위의 다리가 폭탄에 날아갔을지도 모르는 현실을 외면하는 당신들, 처형장에 끌려나온 피투성이 군인이 보았을 음탕한 당신들, 그러는 당신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어림없는 소리, 차라리 창녀에게 파인애플 주스를 바치겠다는 모멸에 찬 시다. ’열린책들‘ 간 『마야꼬프스키 선집』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