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2018년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문화도시’사업은 지자체 스스로 문화환경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문체부가 포괄적 예산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그 결과 전국 41개 자치단체가 응모하여 10개 자치단체가 선정되었다. 용인시는 3차에도 들어 있지 않았다. ‘특례시’라서 예외였나 생각하였다. 뒤늦게서야 용인시 행정당국이 분주한 것을 보니 ‘특례시’라서 예외였던 것은 아닌 듯하다. 추진단으로 부시장을 단장하는 23개 기관 24명으로 구성하였다.
용인시는 2021년도 법정문화도시 공모에 앞서 ‘용인시 문화도시 조성계획 보고회’를 개최했다. 시장을 비롯해 용인시의회, 유관기관, 예술단체, 교육기관,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용인시 문화도시 비전 및 추진 방향 설정, 시민주도의 문화자치 생태계 구축, 문화도시 조성 핵심과제 도출·사업계획 제시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백 시장은 “용인시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때는 여성도시, 태교도시로 용인시를 부각하는데 열심이더니, 이제는 무엇으로 ‘문화도시’이미지를 부각하려는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창조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일진대, 용인시는 무엇이 용인시의 특색있는 자원인지 충분히 검토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용인학 강좌를 11년간 이끌어오는 주관교수이다보니, 용인시의 기회정책팀과 매학기 한 번쯤 만나고 있는 셈이다. 용인학 강좌의 내용을 과거, 현재, 미래의 균형 있는 내용으로 강의계획서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이다.
얼마 전 용인학 교재를 개발하기 위한 회합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주문에 부딪히면서 답답하다는 심회를 털어놓는다. 600년 이상 존속해온 ‘용인’의 전통성은 토박이들만의 아집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비전’이란 어휘가 신도시의 공통된 코드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이럴 때 흔히 하는 말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고칠현삼(古七現三)’이 과하다 한다면, 적어도 ‘고삼현칠(古三現七)’이라도 생각해야 될 정도로, 용인시의 문화정책이 신도시 정책으로 경도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세종시 같이 신도시 개념의 문화도시를 계획하고 있다면, 결과는 ‘용인’의 정통성을 저버리는 편견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도시’ 사업 이전에도 전국의 지역축제 활성화 방안으로 우수 축제를 선정해서 지원해 왔다. 그럼에도 용인시는 지역축제 1건도 선정된 바 없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온 것을 되짚어보면 문화적 여건이 부족한 때문이 아니라, 행정당국의 문화적 편견이 이유라고 본다.
용인시는 타시군에 비해 문화환경이 우수한 편이다. 110만 시민과 경제적 여건도 인근 타시군에 비해 우수한 정도이다. 그럼에도 문화행사나 지역축제는 오히려 열등한 편이다. 이천의 세계도자기엑스포, 안성의 바우덕이축제, 수원시의 화성축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인정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로 실시하고 있다. 용인시는 주목되는 국제규모의 축제가 1건도 없다. 남한산성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반면 용인시의 고려시대 대몽항쟁의 성지인 처인성은 국가사적 지정도 안된 상태이다. 이미 세계 미술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는 개인 경영의 미술관이라는 이유로 행정당국의 관심은 별로 없다.
그동안 600년 이상 존속해온 용인의 문화유산을 방치한 채, 용인시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 문화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지역문화진흥법’이다. 무엇이 용인의 특색있는 문화자원인지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