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
문인수
장마가 거짓말같이 물러가고 볕, 쟁쨍한 날씨다.
그야말로 대폭 시꺼먼 장막이 활짝 걷혔다.
매미소리가 철사 빨랫줄 같은 직선으로 여러 가닥 길게 걸린다
수해현장은 아직 참담한 상태 그대로다.
세간들이 야생으로 나간 것처럼 여기저기 젖어 널브러져, 깊이 주저앉으며, 무슨 뿌리라도 내리는 것 같다.
뭘 버리고 뭘 챙겨 말려야 할지
늙은이들의 거동이 먹구름처럼 뒤적뒤덕 널린다.
문인수 (1945-2021)는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는 줄곧 압축적이고 절제된 시어로 외롭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과 연민을 드러내는 작품을 써왔다. 서정적이며 사변적이고 성찰적이며 원숙미가 있고 젊은 감각이 살아 있는 서정의 세계를 보여 준 시인이다.
「매미소리」는 참담한 수해현장을 묘사한 작품이다. 서정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수해민의 고단한 삶의 현실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장마가 거짓말처럼 물러가고 볕이 쨍쨍한 날씨다. 시꺼먼 장막이 걷힌 것이다. 매미소리는 철사 빨랫줄처럼 직선으로 여러 가닥 걸려 귀가 시끄럽다. 햇빛 아래 내놓은 수해현장의 세간들은 참담하다. 햇빛 아래 누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내놓은 세간들은 젖어 널브러져 깊이 주저앉아 있어 그 자리에서 뿌리라도 내리는 것 같다. 세간을 챙기는 늙은이들은 뭘 버리고 뭘 말려야 할지 난감하다. 한숨 깊은 늙은이들의 느리고 안타까운 거동이 먹구름처럼 뒤적뒤덕 널리는 수해현장이다. <창비> 간 『배꼽』 증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