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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와 국민의 힘

김민철(칼럼리스트)

 

[용인신문] 이준석의 등장은 상당히 극적이었다. 2012년 27세의 나이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 이준석은 박근혜의 대권행보에 구색 맞추기용으로 차출되었다. 청년 이준석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이준석이 그 당의 대표가 되었다. 노원을에서 국회의원에 출마, 안철수의 대항마로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 이준석은 연달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그의 정치 여정은 고단했다. 언제 그만둘 것인가 그 시기만을 남겨둔 듯했던 이준석이 국민의 힘 대표에 출마했을 때 필자는 가능성이 없는 도전이라 여겼다. 한국 정치에 흥미를 잃어 뉴스도 거의 보지 않아서 그의 대표당선은 뜻밖이었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의 등장은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국민의 힘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파격이었다.

 

진중권 씨는 이준석의 전면 등장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논평을 했다. 분명 이준석은 젊다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정치의 변화를 주도할만한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 그의 사고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엘리트 의식에 젖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육체적으로는 청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완고한 기성 정치인을 보는듯하다. 그렇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변화를 상징하는 이준석의 등장은 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준석은 철학적 내용을 채우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스스로 규정한다면 그의 앞날은 밝지 못하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준석은 사고의 틀이 유연하지 못한 듯하다. 국민의 힘은 윤석열 최재형 안철수를 영입하여 대선 레이스를 펼친다는 플랜을 세워두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예정대로 8월에 대선후보 경선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당내에서는 유승민 원희룡 등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여론조사 상 수위를 다투는 그의 대선 출마는 예견된 것이었다. 정치참여의 변에서 윤석열이 가장 강조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평생 검찰에 몸담았던 그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바랐다면 기대난망(企待難望)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민주주의는 알아도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른다. 자유민주주의는 반공(反共)을 국시로 삼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저작권이 있는 일종의 정치구호이다. 이것이 무비판적으로 남용되다 자유민주주의 만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믿는 정치인이 상당수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자유 평등 공존(共存)이다. 일본에 의해 번역된 개념은 박애(博愛)이지만 그것은 공동체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을 비롯한 자칭 보수정치인들이 내걸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말로는 사회주의 이념에 반대한다는 것이지만 본질은 평등과 공동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었다. 예정대로라면 9월 중 대선후보가 결정된다.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도 다음 달에 대선후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당면과제는 대선후보 경선을 잘 관리하여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겠지만 필자는 그가 비전과 철학을 갖춘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역량을 갖춘 정치인으로 성장한다면 이준석은 국민의 힘은 물론 한국정치의 훌륭한 자산으로 성장할 것이다. 민주당의 경선후보들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찰해보기를 바란다. 내년 3월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된다. 필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꼽는다면 누가 되었던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체화된 사람이 당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