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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언론중재법

이상엽 (작가)

 

[용인신문] 최근 한 장의 사진에 여론이 들끓었다.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법무부 차관과 그 뒤에서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받치고 있는 공무원 사진 때문이었다. 21세기 한국에서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는 풍경이 사진에 찍히자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것은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이 ‘황제 의전’을 받고 있는 증거라며 공격했고 야당도 청와대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과연 이런 풍경이 가능한 것일까하는 상식적인 의문이 든다. 필자는 오랫동안 현장 사진기자를 경험해,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것과 부자연스런 것은 판단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충북 언론인들이 진실을 알렸다.

 

취재하던 방송 카메라기자와 신문 사진기자들이 우산 든 공무원을 비키라며 만들어진 상황이고 차관은 뒤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공무원이 무릎까지 꿇은 것을 몰랐던 것이다. 물론 이 상황 자체를 거부하지 못한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기자들은 자신들이 연출한 풍경을 차관 비난하는데 그 사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문제적인 상황을 만들고 그 문제를 엉뚱한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짜 뉴스’의 전형일 뿐만 아니라 파렴치한 ‘기레기’들의 모습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국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런 언론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일 것이다. 하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이 추진하고 야당들은 반대하는 모양새인 것은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의견차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법률 30조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의 또는 중과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허위 조작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당연히 따라 온다는 점이다. 이는 위에 예를 든 무릎 끓은 공무원 사진처럼 명백한 조작과 고의의 경우 뿐 아니라 상당한 심증과 물증이 존재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억압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 노회찬의원의 ‘삼성 X-파일’ 사건처럼 공익에 의한 제보와 폭로를 보도하는 것도 사실상 안 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이 같은 문제있는 법률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예견 된 일이기는 하다. 집권당이지만 언론에 있어서는 3:7로 비우호적인 보수 언론사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것을 정리하지 않고는 재집권이 힘드니 대선 전에 뭔가를 해보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완력에 비해 주변에서 호응하는 집단이 거의 없다. 국내 언론단체 대부분이 반대이며 해외 언론단체 뿐 아니라 UN 인권이사회까지 나서 성명을 발표하자 청와대까지 발을 뺀 상황이다. 게다가 이 법률은 여당에게 유리하지만도 않다. 얼마든지 민주당에 가까운 언론사들도 당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사실 언론사들의 무한 경쟁과 기레기 양산, 가짜 뉴스의 범람은 손해배상 정도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리당략을 떠난 정교한 법률안을 구상하고 공론을 모아 손해배상 정도가 아니라 징벌적 폐업까지를 가능하게 하는 언론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치권력을 탄핵 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는데, 언론사라고 그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언론사도 사실상의 권력이다.